“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제 가족이 죽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습니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사랑하는 반려견을 잃은 A씨의 분노 섞인 글이 등장했다. 자신이 키우던 골든 리트리버 ‘톰’을 김해 애견호텔을 운영하는 이모씨에게 맡겼으나 구더기가 들끓는 부패한 사체로 돌아왔다는 주장이었다.
A씨와 이씨의 악연은 지난 4월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톰을 이씨에게 맡겼다. 이씨의 애견호텔은 톰이 뛰놀 수 있는 넓은 마당이 있었고, 1년 전 A씨가 톰을 분양받은 곳이기도 했다. 호텔비를 받지 않겠다는 이씨에게 A씨는 사료값과 간식비를 따로 부담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로부터 두달이 지난 6월 1일. A씨는 애견호텔을 방문해 톰을 살폈다. 톰이 예전보다 많이 야윈 것이 걱정된 A씨는 이씨에게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으니 조금 더 잘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이씨는 “사료도 듬뿍 주고 잘 놀고 있으니 걱정 마시라”고 A씨를 안심시켰다.
이후 A씨는 “톰을 7월 26일 데리러 가겠다”고 통보했고 이씨는 “그날 표시를 해 놓겠다. 강아지 털도 밀어놓겠다”며 동의했다.
약속한 날이 가까워지던 어느날 A씨는 이씨로부터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톰을 데려가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비싸게 분양 보낼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A씨는 “몇백만원을 줘도 보낼 생각이 없다”며 거절했다.
A씨가 톰을 데려가기로 한 날 새벽 이씨는 또다시 연락을 취해왔다. 만날 수 없다는 통보였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A씨는 약속 시간이었던 26일 낮 12시 직접 이씨의 애견호텔을 찾았다. 이씨는 톰이가 보이지 않아 A씨에게 전화했고 그는 “시내에 볼일이 있어서 잠깐 나왔다. 톰은 집 안에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을 의심한 A씨는 이씨와 만나 자초지종을 요구했다. 이씨는 “21일날 톰이 아팠고 다시 뛰어놀길래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밥이랑 물을 조금씩 먹고 누워있다. 볼일 보고 집에 가 톰을 데리고 나오겠다”고 말했다.
이후 두 사람은 헤어졌고 A씨는 이씨의 연락을 기다렸다. 그러나 3시간이 지나도록 이씨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A씨는 연락 두절이 된 이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이씨는 출동한 경찰의 연락에 “톰이 죽어서 병원에 있다”고 털어놨다.
A씨는 병원에 도착하자 훨씬 더 충격적인 사실이 기다리고 있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죽은 채 병원에 도착한 톰의 몸무게는 살아있을 때보다 약 30㎏이 빠진 9.5㎏에 불과했고 사체에는 구더기가 생겨 있었다.
또 이씨가 약속 1시간 전 병원에 전화해 “집에 죽은 리트리버가 있는데 부패가 심해 무거워서 못 들고 가겠다. 병원에서 가져갈 수 있겠냐”고 말한 사실도 전해들었다. 병원에서 이를 거절하자 이씨는 오후 3시경 병원을 방문해 “바로 폐기처분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는 “부패 정도로 보아 죽은 지 적어도 일주일은 돼 보이며 A씨와 만나기로 한 26일 죽었을 가능성은 0%”라며 “이미 몸에서 구더기가 번식하고 있었고 그 상태로 방치된 것 같다”는 소견을 전했다.
이후 며칠 후인 30일 A씨는 이씨의 집을 다시 찾았다. A씨는 “그곳에 남은 강아지들이 걱정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방치된 강아지들이 있었다”며 “이씨가 창문을 반쯤 열고 나에게 ‘법대로 하라’고 외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집에 들어가자마자 강아지 두 마리 사체를 발견했고 옥상에서 리트리버 성견의 토막 사체를 발견했다”며 “사태를 심각하게 여긴 경찰이 형사들까지 불렀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김해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개 10마리의 사체가 발견됐다. 그중에는 부패 중인 사체도 있었고 유골만 남은 경우도 있었다. 영양실조 상태로 발견된 개 10여마리도 함께 발견됐다. 현재 이씨는 도주한 상태다.
A씨는 청원글 말미에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씨가 더 이상 개를 키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라며 “남아있는 강아지들을 꼭 구해달라”고 말했다.
이 청원은 3일 오후 10시 기준 2만5053건의 동의를 받았다. 애견인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SNS를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다.
◆ A씨가 주장한 사건 일지 요약
2018년 4월 초: A씨가 이씨에게 톰을 맡김
5월 30일~6월 1일: A씨가 애견호텔을 방문해 톰의 상태 확인. 육안으로 보아도 조금 야윈 상태
6월 중순: A씨가 이씨에게 연락해 “7월 말~8월 초 데리러 가겠다”고 말함
7월 20일: 이씨가 A씨에게 톰 분양을 제안함. A씨는 거절했고 7월 26일에 만나기로 함
7월 25일: 다음날 낮 12시에 만나기로 약속함
7월 26일 새벽 3시 14분: 이씨가 약속 파기를 통보함
7월 26일 낮 12시: A씨가 애견호텔 방문. A씨를 만난 이씨는 “톰이 아팠다”며 “집에 돌아가 톰을 데리고 나오겠다”고 함. 이후 연락두절. 경찰이 이씨에게 연락하자 “톰이 죽어 병원에 있다”고 밝힘. 이씨는 톰의 부패된 사체를 확인했고 병원 측에서 소견서를 받음
7월 28일: A씨가 톰의 사체 속 동물등록 마이크로칩을 발견
7월 30일: A씨가 경찰과 함께 애견호텔 방문. 개 사체 10구와 영양실조 상태 개 10마리 발견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