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왕이 싱가포르 회담서 종전선언 논의…“비핵화 견인에 유용” 의견일치

입력 2018-08-03 21:36
2018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일 오후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3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종전선언 지지 의사를 거듭 밝혔다.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강 장관과 왕 부장은 이날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왕 부장이 먼저 회의장에 도착해 강 장관을 맞았다. 회담은 모두발언 없이 비공개로 30분간 진행됐다.

왕 부장은 종전선언에 대해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어서 비핵화를 견인하는 데 있어 긍정적이고 유용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왕 부장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도 “종전선언은 시대 흐름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며 “한반도 양측의 열망은 완전히 정당한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었다. 왕 부장은 이 발언이 중국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2018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일 오후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강 장관은 “관련국 간의 입장이 수렴돼 나갈 수 있도록 우리도 노력할 것이고 중국도 필요한 노력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전선언은 북·미 간 입장차가 뚜렷한 문제다. 북한은 체제안전 보장의 첫 조치로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핵 프로그램 신고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연내 종전선언을 목표로 삼고 있다. 비핵화를 추동하기 위해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점에 있어선 한·중 간 의견이 일치하는 셈이다.

왕 부장은 회담 초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도 거론했다. 한·중 양국이 지난해 10월 정치적으로 봉합하기로 한 사안을 다시 꺼낸 것이다. 왕 부장은 사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있도록 계속 관심을 갖고 노력해달라고 요청했고, 강 장관은 양국 간 교류 협력이 정상화되도록 중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사드 문제는 북핵 문제가 해결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담에서 대북 제재 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2일로 잡혀 있었지만 중국 측 일정이 지연되면서 하루 미뤄졌다. 이날 회담도 공지된 시간보다 1시간 가량 늦게 열렸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 일정을 조율하다보면 흔히 있는 일”이라고 했다.

싱가포르=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