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경우 해양은 현재도 미래도 훌륭한 자산이다.
남북한 정상들이 최근 판문점에서 두차례나 회담을 가진 데 이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봄’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러시아를 국빈 방문해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로 러시아 하원에서 연설하면서 유라시아 횡단철도를 대륙의 관문인 부산까지 연결하고 러시아와 한반도를 잇는 파이프라인가스 개설을 통한 경제협력을 역설해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한반도의 봄’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고 있는 것이 철도와 항만 등 남북한 물류루트 연결이다.
남북간 물류망이 이어질 경우 부산항에서 취급되는 컨테이너 화물들이 철도 운송을 통해 유라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게 된다.
그럴 경우 해양·항만산업의 규모는 지금보다 휠씬 커지게 되고, 그 중심에 유라시아 대륙의 관문이자 세계 5대 항만인 부산항이 서게 된다.
해양을 중요하게 여긴 나라들이 패러다임을 변화시켜 왔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잘 알 수 있다.
페니키아인들이 지중해를 누빈 것도 최초로 갤리선을 제작, 해상을 장악하고 시장을 개척한 덕분이었다.
그들이 상거래를 위해 만든 페니키아문자는 그리스와 로마문자에도 영향을 미쳤다.
반도에 위치한 그리스가 지정학적 위치를 잘 파악해 지중해 무역을 장악했던 것도 호메로스 신화 속의 ‘오디세우스’와 같은 해양 개척자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12세기 중엽 건국한 포르투갈은 이베리아 반도의 서쪽에 위치해 서유럽을 중심으로 한 유럽문화의 영향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상대적으로 낙후됐다.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한 해양도시들이 무역으로 급격한 부를 쌓을 시기에 엔리케 왕자는 틈새를 공략했다. 새로운 바닷길의 개척이었다.
그가 중심이 되어 쌓은 해양 인프라는 결국 희망봉을 돌아 아시아로 향하는 길을 개척했다.
바다에 주목하고 대양을 지배한 해양강국이 된 사례는 포르투갈의 옆나라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고토 회복 운동이 끝나는 1492년 이사벨 여왕이 콜럼버스를 지원함으로써 스페인은 지리상의 발견을 주도한 것은 물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 된다.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물리치고 새로운 강자로 부각된 영국 역시 바다에서 길을 찾았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해적출신 드레이크를 이용, 해상장악을 시도했고 결국 1588년 아르마다 해전에서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꺾었다.
이로써 영국은 해가 지지않는 나라로 부상하는 발판을 마련하고 세계의 대양을 누비게 됐다.
지금의 세계도 해양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컨테이너 2만1000개 이상을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선박을 앞세운 글로벌 선사들의 시장쟁탈전이 ‘치킨 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항만 하역시설 또한 경쟁력 우위를 점하기 위한 무인화, 첨단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부산항 미래비전 선포’를 통해 신항을 메가포트로 발전시키기 위해 현재 21선석 규모를 오는 2022년까지 29선석, 2030년에는 40선석으로 확대해 연간 컨테이너 3000만개를 처리할 초대형 터미널로 발전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부산항 신항 배후단지도 지금보다 8배 넘는 규모로 늘려 생산과 가공, 물류와 비즈니스가 연계된 종합 물류허브를 구축하기로 했다.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후 20대 후반 나이부터 대한민국 최연소 상선 선장으로 시작해 도선사에 이른 해양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반도의 봄’으로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부산항, 사람과 사람이 만나 꿈을 꾸는 부산항, 더 큰 희망을 키우는 부산항으로 만들어내겠다’는 정부의 해양강국 의지에 기대를 걸어본다.
송정규(전 한국도선사협회 회장)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