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확정에 들끊는 반발, 원샷 해법은 없다

입력 2018-08-04 05:00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가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최저임금 재심의 거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던 중 땀을 흘리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경제단체들의 내년도 최저임금 재심의 요청을 거부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0.9% 오른 시급 8350원으로 확정됐다. 사진=뉴시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8350원으로 최종 확정되면서 경영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해선 정부가 최저임금의 결정 구조, 차등적용 문제 등과 관련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경제주체들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는 내년에도 영세 사업주에 대한 일자리안정자금 등 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 재정으로 인상분을 메워주는 정책이 지속 가능한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의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책은 우선 일자리안정자금 등 정부 재정을 차등지원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지원할 때 어려운 업종에 더 많은 지원을 해주겠다는 뜻이다.

편의점주 등이 요구해왔던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현실화하지 못했다. 모든 사업장에 최저임금을 똑같이 적용하기로 한 기존 최저임금안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일단 내년 최저임금은 차등적용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다만 구분 적용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기에 사회적 공론화 등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중 소상공인을 포함한 자영업 지원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최저임금 불복종 움직임에 대해선 최대한 소상공인들을 많이 만나 설득할 수 있는 부분은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들은 오는 29일 총궐기대회 등 실력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정부가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과 관련된 논의를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상률을 올해보다 다소 낮추면서 속도를 일부 조절하려 했지만 영세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재심의하지 않기로 했다면 이후에는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을 포함해 생산성·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재정 지원이 내년 이후에도 계속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재정 지원에 대한 논의도 계속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부족분을 메워주는 내년 일자리안정자금을 3조원 규모로 편성했다. 연세대 김정식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지원은 내년까지는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경기침체 시 세수가 줄어들 수 있어서 그 이후에도 계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일자리안정자금을 언제까지 지원 할거냐에 대한 결론은 아직 확정할 수 없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최저임금 결정구조에 대한 논의가 다시 재개돼야 한다고 본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는 공익위원, 노동자위원, 사용자위원 각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공익위원 9명을 모두 정부에서 임명하고 있어서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행사한다. 건국대 금융IT학과 오정근 교수는 “공익위원 9명이 객관적인 전문가들로 선정될 필요가 있다”며 “노동자위원에도 취업이 안 된 청년을 포함시키는 등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노동자위원은 한국노총 추천 5명, 민주노총 추천 4명으로 구성된다.

이번 인상안이 확정되면서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게 됐다.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고려대 강성진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을 올리는 걸 반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고 대처할 여력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이번 인상도 너무 과도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