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국가주석을 비판해온 중국의 한 교수가 한 언론과 인터뷰 중 공안에 연행됐다.
미국의 소리(VOA)는 2일(현지시간) 쑨원광(孫文廣·85) 전 산둥대 교수가 지난 1일 전화 인터뷰 도중 공안에 연행됐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공안 출동으로 전화가 끊긴 뒤 쑨 교수와 연락이 닿지 않자 중국 외교부와 산둥대 공안처, 현지 파출소 등에 문의했지만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VOA가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쑨 교수는 현재 가택연금 상태이고 외부와 접촉이 금지됐다.
쑨 교수는 지난달 말 시 주석의 일대일로(21세기 육·해상 실크로드 경제벨트 계획)을 비판하는 문건을 발표했다. 문건에서 시 주석을 상대로 “중국은 여전히 많은 빈곤층이 학교에 못 가고 노후를 걱정하며 1인당 GDP도 79위에 불과하다”며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중동·아프리카 등에서 독재자 지원에 돈을 쓰지 말라”고 주장했다.
쑨 전 교수는 1934년생 산둥성 출신으로 문화대혁명 당시 투옥된 경험이 있다. 그는 1982년이후 산둥대 교수로 재직하다 1994년 퇴임하고 중국의 인권과 외교정책과 관련해 글을 썼고 중국 공산당의 경제이론을 비판하는 연구 등으로 출국 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또 2008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 등 303명이 발표한 중국의 인권선언문격인 ‘08헌장’에 서명하기도 했다.
VOA는 현지시간으로 수요일에 방송되는 미국 TV프로그램의 특별 출연자로 쑨 교수를 섭외했다. 쑨 교수는 중국 정부 검열을 뚫고 인터뷰에 응했다. 통화가 시작된 뒤 그가 “중국이 아프리카 등에 돈을 뿌리는 것은 국가나 사회에 별로 좋지 않다”고 말하는 순간 공안들이 들이닥쳤고, 그는 그 순간에도 공안들에게 “내가 틀린 말을 했느냐. 대다수 중국 백성은 아직 가난하다”고 했다. VOA는 전화 연결이 끊기기 직전에 쑨 교수가 “나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쑨 교수가 연행된 후 중화권 언론과 외신들은 일제히 해당 소식을 보도했다. VOA 측은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VOA는 이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바로 보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공산당은 냉전시절부터 정부 차원의 대중문화 콘텐츠 검열을 이어왔다. 특히 체제에 반감을 드러낼 수 있는 정보에 강하게 검열하는데, 이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특히 ‘인터넷 주권’을 확보하겠다며 구축한 자체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은 상당 수 해외 사이트의 접근을 막아, 중국 내에서도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