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 연속 주요 인터넷서점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는 유시민의 역사 교양서 ‘역사의 역사’(돌베개)를 추격하는 ‘초짜 저자’ 백세희의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이하 ‘떡볶이는 먹고 싶어’·흔)의 기세가 놀랍다.
유시민이 정치인으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준연예인일 뿐 더러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거느린 검증된 작가다. 이에 비하면 백세희는 이번 책이 첫 저서인 신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과를 전공한 28세 무명작가가 출판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3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7월 4주간 종합 2위에 오르며 1위 역사의 역사를 바짝 따라 붙었다. 예스24에서도 7월 종합 베스트셀러 3위를 기록했다. 7월 2주 6위, 3주 5위, 4주 3위, 5주 2위 등 가파른 속도로 순위가 상승 중이다.
이 책은 여성 독자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으며 지지세를 넓히는 것으로 조사됐다. 6월 20일 출간 이후 2일 현재 남녀 구매 비율이 2:8로 여성 독자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특히 2030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다.
이 책은 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를 가진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와의 12주간 나눈 대화를 엮은 에세이이다. 독자로 하여금 타인의 시선을 의식했던 자신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게 하고 위로를 주는 등 힐링 에세이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참을 수 없이 울적한 순간에도(중략) 그러다가도 배가 고파서 떡볶이를 먹으러 가는 나 자신이 우스웠다”(8쪽)
이처럼 행복과 불행이 공존하는 현실에 독자들은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요즘 우울한 내 마음 같은 책, 읽으면서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며 위안을 얻을 수 있어 좋았다”는 독자평이 그런 예이다.
학창 시절 가장 즐겨 먹던 간식인 ‘떡볶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며 주는 주는 위로의 효과도 큰 것으로 보인다. 예스24 김도훈 문학MD는 “마음 속 어두운 면을 솔직하게 드러낸 책 내용을 보고 마치 자시의 읽는 것 같다며 공감하는 분들이 많다”며 “이유 없는 허전함에 시달리면서도 자기가 힘든 줄 모르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하는 콘텐츠의 힘이 인기의 가장 큰 비결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독립출판물로 나온 이 책은 동네서점에서 상당히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출판비를 모은 후 1인 출판사 흔을 통해 정식출간됐다. 동네서점부터 입소문을 탄 뒤 대형서점에서 소위 말하는 대박을 친 것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