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은 재판 거래 희생자” 출소 1년 돼서도 무죄라는 민주당, 진실은?

입력 2018-08-03 13:49 수정 2018-08-03 14:05
지난해 8월 만기 출소하는 한명숙 전 총리

더불어민주당이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복역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해 출소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또다시 결백을 주장하고 나섰다. 최근 공개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재판 거래’ 의혹 문건 내용을 이유로 “한 전 총리가 억울하게 희생됐다”는 공식 논평도 나왔다. 그러나 대법관 전원이 유죄 판단을 내린 사건을 집권 여당이 공개적으로 부정하고, 불복 의사까지 밝히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많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일 논평에서 “한 전 총리를 희생양 삼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불거진 의혹만으로도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한 전 총리는 억울하게 희생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의 철저한 재조사도 촉구했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해찬 의원 역시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했어야 하는데 질질 끌다가 아주 보수적인 검사 출신 대법관이 임용되고 박 전 대통령을 면담하고 나오더니 며칠 안 돼 유죄를 확정했다. 이번에 (공개된) 그 문건에 있었다”고 거들었다.

2015년 5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대국회 전략’ 문건에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최근 한명숙 의원 정자법 위반 사건의 신속처리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바 있음→ 대법원이 전부 무죄 취지로 파기할 경우, (상고법원) 설득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한 전 총리는 한신건영 대표 한만호씨에게 2007년 3월~10월 3차례 걸쳐 현금, 수표, 달러 등 총 9억원가량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불구속 기소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5년 8월 징역 2년의 실형을 최종 선고했다. 대법관 13명 가운데 8명은 9억원 전부를 유죄로 봤고, 5명은 9억원 중 3억원에 대해 “신빙성 있다”고 인정했다. 한 전 총리가 최소 3억원을 수수했다는 데는 대법관 모두가 일치된 의견을 보인 것이다.

우선 한 전 총리의 동생이 2009년 2월 아파트 전세금으로 집 주인에게 지급한 1억8900만원 가운데 동생과 일면식이 없던 한만호씨의 1억원짜리 자기앞수표가 섞여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씨가 한신건영 부도 충격으로 2008년 2월 병원에 입원했을 때 한 전 총리가 직접 병문안을 갔으며, 병문안 다음날 한 전 총리 측이 한씨에게 현금 2억원을 전달한 것도 확인됐다.

적어도 이 두 가지 사실은 금융거래 내역 및 전화통화 기록 분석, 제3자의 진술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됐다는 게 대법관들의 판단이었다. 결국 한 전 총리 재판은 기소 후 5년여만에, 대법원 심리 1년 11개월 만에 유죄 확정으로 종결됐다.

한 전 총리는 2년을 복역한 뒤 지난해 8월 23일 만기출소하면서 “짧지 않았던 2년 동안 정말 가혹했던 고통이 있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드디어 만나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당일 새벽부터 의정부교소도 정문 앞에 집결했던 이해찬·전해철 의원 등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은 “한명숙”을 연호하며 꽃다발을 건넸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당시 “이번 기회에 사법 적폐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기풍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며 한 전 총리 유죄 선고와 사법개혁 문제를 연계시키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 1년 뒤 한 전 총리 재판이 언급된 법원행정처 문건이 공개되면서 민주당은 다시 ‘한명숙 희생론’을 제기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자유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민주당 측이 한 전 총리 재판 의혹을 부각시켜 향후 사면복권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현직 고위법관은 “집권 여당에서 오히려 사법 불신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이 거듭되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