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용호, 캄보디아·라오스 외교장관 회담으로 ARF 외교전 시동

입력 2018-08-03 12:04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싱가포로를 방문한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캄보디아, 라오스 외교장관과 각각 회담할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이번 회담은 북한이 먼저 요청해 성사됐다고 한다. 두 나라는 북한과 교류 역사가 깊은 나라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이행 국면에서 관계가 다소 불편해진 상황이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3일 2018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싱가포르에 도착해 북한 대표단 숙소인 시내 한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이 외무상은 이날 캄보디아, 라오스 외교장관과 각각 회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이 외무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행을 설명하고 조기 종전선언 및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쁘락 소콘 캄보디아 선임장관 겸 외교장관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 회의 등 여러 계기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을 중시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이런 이유로 북한과 관계가 불편해졌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캄보디아는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했는데, 이 조치 역시 계속 유지될 거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살름싸이 꼼마싯 라오스 외교장관도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나라 모두 북한이 비핵화 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대북 제재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과 라오스는 이념적으로는 긴밀한 당대 당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질적 교류는 거의 없다. 라오스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선 아세안 국가와 보조를 맞춰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캄보디아의 노로돔 시아누크 전 국왕과 김일성 주석은 호형호제하며 30년간 우정을 나눈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시아누크가 1970년대 쿠데타로 실각한 뒤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 주석은 그를 국왕으로 예우하면서 평양 근교에 저택을 마련해 지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시아누크는 김 주석이 사망한 뒤 장문의 애도 성명을 발표하고 캄보디아에 사흘간 국가 애도일을 선포한 바 있다.

남북, 북·미 외교장관 회담은 여전히 미지수다. 우리 정부는 북측에 남북 외교장관 회담을 제안했지만 아직 확답을 받지는 못한 상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말레이시아를 출발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기내에서 기자들을 만나 “ARF에는 약 30개국의 외교장관이 모인다”며 “폼페이오 장관은 그의 카운터파트 중 많은 장관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싱가포르=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