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더워서 모기 오히려 줄어” 역대급 폭염에 모기 ↓ 바퀴는 ↑

입력 2018-08-03 11:08

역대 최악의 폭염에 변온 동물(주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곤충) 세계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모기가 줄어들고 바퀴벌레는 늘어났다.

폭염에 여름 불청객 모기가 자취를 감췄다. 2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28주차(7월8일~14일)에 전국 10개 지점에서 잡힌 작은빨간모기 개체 수는 평균 8마리로 지난해 28마리보다 71.4% 줄어들었다. 모기의 생태 적정온도인 27도를 뛰어넘는 날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름철 기온이 오르면 모기도 체온이 올라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그 결과 성장 속도가 빨라져 개체 수가 늘어난다. 하지만 기온이 30도가 넘으면 산란과 흡혈이 감소해 오히려 개체 수가 줄어든다.

대사활동이 줄어든 모기들은 여름잠에 빠지기도 한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행정학부 석좌교수는 “모기는 겨울이 되면 체온이 떨어져 대사활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동면(昸眠)에 들어간다”며 “그런데 최근 기록적인 폭염으로 역시 모기가 신진대사가 떨어지며 하수도 안이나 지하실에서 꼼짝 않는 이른바 여름잠을 잔다”고 설명했다.

바퀴벌레의 개체 수는 늘어났다. 최근 아파트나 가정집에서 바퀴벌레가 출몰한다는 민원이 급증했다. 서울 광진구에는 6~7월에만 150건 넘는 바퀴벌레 방역 민원이 접수됐다. 5월에 이미 서울 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는 등 때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바퀴벌레에게 알맞은 고온다습한 서식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한국 가정집에 서식하는 미국바퀴벌레나 독일바퀴벌레의 원산지가 중앙아프리카”라며 “무더위가 길어지면서 바퀴벌레에게 유리한 생육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주말 이후 기온이 조금씩 내려가지만 입추를 지나도 폭염경보 수준인 35도 안팎의 가마솥 더위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폭염과 열대야가 최소 열흘 이상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기후 전문가들은 “올해 폭염이 근본적으로 지구온난화에 원인이 있다”며 “앞으로 극한의 더위와 그에 따른 환경 변화가 일상화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현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