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최종 확정됐지만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내 주요 경제 지표가 잇달아 경고음을 울리는 상황도 심상치 않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반발이 불복 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고용정책을 민간투자를 확산시키는 쪽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업의 설비투자 감소세는 4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민간소비 성장률은 지난 분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자리 지표 등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최저임금에 대한 반발이 더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고시를 3일 관보에 고시했다. 최저임금이 최종 확정된 것이다. 최저임금은 올해 16.4%, 내년 10.9%가 올라 2년 연속 두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하게 됐다.
앞서 경영계는 최저임금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었다. 그 동안 재심의 요청이 한 번도 받아들여진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고시안 유지가 전망됐다. 번복할 수 있는 절차는 더 이상 없다.
최저임금안이 최종 확정됐지만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우선 재심의를 기대했던 소상공인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카드수수료 인하, 소상공인 페이 등 소상공인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소상공인이 체감상 느끼는 효과는 크지 않다는 평가다.
또 이번에 5인 미만 사업장에 최저임금의 차등적용 등을 요구했지만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소상공인들의 불만은 한층 높아졌다.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담뱃세를 매출액에서 제외하는 등 추가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최저임금 불복종을 예고했던 것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전국 소상공인들은 오는 29일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불복 시위를 열 계획이다. 전국중소기업중소상공인협회는 이미 올해 최저임금에 대해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었다.
정부가 예상했던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나오지 않고 오히려 고용 쇼크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 2월부터 취업자 증가폭이 5개월 연속 10만명 선으로 주저앉았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3.0%에서 2.9%로 하향조정했다. 정부는 올해 일자리 목표도 32만명에서 18만명으로 수정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은 0.1%포인트가 떨어진 건데 일자리는 엄청나게 떨어졌다”며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2월부터 나타난 현상이라 정책이 실패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용정책에 선택과 집중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IBK투자증권 안소은 연구원은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조절 등 다양한 고용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라며 “고용시장의 수급을 고려하지 않은 인위적 가격 조정은 역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투자 부문을 자극해 자발적으로 고용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