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외무상은 오전 7시(현지시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 곧바로 북한 대표단 숙소인 시내 한 호텔로 이동했다. 이 외무상은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던 각국 취재진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만날 예정인가’ ‘미국과의 회담 가능성은 있는가’ 등 여러 질문을 쏟아냈지만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 외무상은 이날 중국, 러시아를 비롯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들과 연쇄 회담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열리는 ARF 외교장관회의에선 종전선언 추진을 거듭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오전 싱가포르에 도착할 예정이어서 북·미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비핵화 협상을 벌였지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한 상태다.
북한은 체제안전 보장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첫 걸음으로서 종전선언을, 미국은 핵 프로그램 신고와 비핵화 시간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과 이 외무상의 싱가포르 회동이 성사되면 북·미 외교당국 간 공식 채널이 열리는 의미도 있다. 이날 저녁 열리는 갈라 만찬에 북핵 6자회담 당사국과 아세안 회원국 장관들이 대부분 참가할 예정이어서 남북, 북·미, 북·중 외교장관이 자연스럽게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종전선언을 ‘시대적 흐름’으로 표현하며 명확한 지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 외무상은 왕이 부장과 만나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 논의를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싱가포르=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