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세화포구에서 가족과 캠핑을 하던 중 사라져 100㎞ 떨어진 가파도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최모(38·여)씨가 물에 빠져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씨의 시신을 부검한 강현욱 제주대 교수는 2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부검결과 타살을 의심할 외상이 없다”며 “시신의 폐를 봤을 때 익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결박이나 목 졸림 흔적 등 살아있는 상태에서의 상처(생존 반응)가 시신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강 교수는 “꼭 익사라고 아직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며 “(정확한 검사를 위해) 부수적으로 플랑크톤 조사를 진행하고, 조사가 마무리 되면 익사 여부에 대해 명확히 결론을 내겠다”고 설명했다.
플랑크톤 검출 여부는 최씨의 사망 의혹을 푸는 가장 결정적 단서 중 하나로 여겨진다. 플랑크톤이 다량 검출된다면 익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플랑크톤이 없다면 물속에서 숨을 쉬지 않았던 것으로 숨진 후 바다에 유기된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
사망시각에 대해서 강 교수는 “시신의 부패 정도를 봤을 때 경찰이 추정하는 실종 시간대와 비슷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혈중알콜농도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감정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최씨가 술을 많이 마셔 바다에 빠졌을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그가 숨지기 전 김밥 등을 먹었다는 경찰 조사에 따라 소화 내용물에 대한 분석도 국과수에 의뢰할 예정이다.
지난달 25일 오후 제주도의 동쪽에 위치한 구좌읍 세화포구에서 실종된 최씨는 이달 1일 오전 10시37분쯤 섬 반대편인 서귀포시 가파도 인근 해상에서 여객선에 의해 발견됐다. 시신은 실종되기 전 착용했던 옷차림 그대로였으며 목걸이와 귀걸이도 소실되지 않은 상태였다. 경기 안산시에 살던 최씨는 남편과 딸, 아들과 함께 세화항 인근에서 캠핑을 하던 중 술을 마신 상태로 혼자 밖에 나갔다 이 같은 일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