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누드크로키 몰카’ 피고인, 홍대에 보낸 장문의 편지

입력 2018-08-02 16:28
홍익대 회화 수업 도중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촬영해 인터넷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20대 모델 안모(25)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5월 12일 서울 마포경찰서를 나서 서부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홍대 누드몰카 사건’ 피의자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 모델 안모(23)씨가 홍익대 회화과에 자필 편지를 보냈다. 자신의 범행으로 인해 가해자로 오해받은 학생들에게 장문의 글로 사과했다.

홍대 회화과 관계자는 2일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안씨의 편지가 지난 1일 학교에 도착했다. 학과는 ‘학생들에게 전달해 달라’는 안씨의 요구에 따라 학생회를 통해 재학생들에게 편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안씨가 쓴 자필편지는 A4용지 3장 분량이다. 작성일은 지난달 24일로 기록돼 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달 23일로 예정됐던 안씨의 선고기일을 오는 13일로 연기했다. 이 날짜는 당초 예정됐던 선고기일의 이튿날이다.

안씨는 자신을 ‘죄인’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5월 1일 오후 (홍익대) Z2관 310호 회화과 학생분들께 비겁했던 죄인이 이제야 사죄의 말을 드리려고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너무 늦게 내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밝혀 여러분이 무수한 오명·불안·질책·불편, 그리고 고통을 겪게 만든 것 같아 너무 죄송하다. 내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홍대, 회화과, 여러분의 이름을 더럽히고 너무 많은 피해를 끼쳤다”고 사과했다.

이어 “내가 당시에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내가 범인이면 (타격이) 나에게만 그치지 않고 에이전시와 다른 모델들의 생계에 타격을 입힐 것 같아 두려웠다”며 “이번 사건이 ‘홍대 누드모델 몰카’로 불리는 것도 너무 죄송스럽다”고 했다.

그는 “내가 벌인 범죄에 늘 ‘홍대’가 따라다니는 것을 보고 홍대 (관계자와 재학생) 분들이 참 불편하시고 괴롭겠다 싶어 죄송하고 마음이 아팠다”며 “여러분이 겪은 불편과 피해는 내가 돈을 벌어 어떻게든 갚아 사죄하겠다. 형사적 처벌을 받는 것으로 여러분의 불편과 노여움이 풀렸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축구 관련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안씨의 사과문

앞서 안씨는 지난 5월 1일 극단적 여성주의를 표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게시판에 자신이 몰래 촬영한 남성 모델 A씨의 나체 사진을 올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안씨에 대한 기소를 놓고 일부 여성단체는 수사기관의 편파수사를 주장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모두 3차례 규탄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안씨의 자필 편지는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공유됐다. 다만 직접적인 피해자인 A씨보다 자신의 범행으로 오해를 받은 학생에게만 먼저 전해진 사과를 놓고서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작 피해자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죗값을 치르고 사과하라”는 목소리가 커뮤니티 회원들 사이에서 새어나왔다.

박태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