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 임산부들도 ‘장애인주차구역’ 이용하면 안될까요?

입력 2018-08-03 06:01
사진 = 뉴시스

임산부 주차구역은 아기를 가진 임산부들이 안심하고 차를 댈 수 있도록 한 곳이다. 보통 분홍색 주차라인이 그려져 있고 중앙에 임산부 전용 표식이 그려져 있다. 일정한 규격을 정해놓지 않은 탓에 크기와 형태가 지자체나 시설마다 제각각이다.

현재 전국 각지에 임산부 주차구역을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인 지자체들이 많다. 그러나 장애인 주차구역과 달리 별도의 법안이 마련돼있지 않아 혼란을 주고있다.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주차를 하게 되면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1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임산부 주차구역은 해당 정책을 시행하는 지자체 조례안에만 규정이 명시돼 있고 임산부 주차구역 관련 법안은 마련돼있지 않아 임산부가 아닌 사람들이 주차를 해도 따로 규제할 방법이 없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임산부 글에 따르면 ‘임산부 주차구역이 있지만 다른 차들이 차지하고 있어 한번도 주차를 해 본 적이 없다’고 해당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그러나 임산부 주차구역에 대한 관련 법안이 전혀 없어 임산부가 아닌 사람이 주차를 해도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한다.


최근 임산부 주차와 관련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민청원이 주목받았다. 청원인은 “평소에 아파트나 마트, 백화점 등 다니다보면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이 비워져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 공간을 만삭 임산부도 함께 쓸 수 있는 방법은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보건소에서 임산부 배지를 발급 해 주는 것처럼 특정기간(임신 중기~출산예정일+2주 사람마다 배 나오는 시기가 다르고 예정일을 넘겨서 출산하는 경우들로 인해)과 등록하고자하는 차량번호를 적어 기간한정으로 쓸 수 있는 카드를 발급해 차량 앞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식별하면 오남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2017년 4월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국민의원’편에서 막달을 앞둔 한 임산부도 ‘장애인 임산부 공동주차구역 법안’ 제의해 호응을 얻었다.

그는 방송에서 “관공서나 마트에 가면 분홍색으로 표시돼있는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이 있다. 그런데 장애인 주차 구역처럼 넓게 해놓은 곳도 있지만 대부분 일반 주차구역과 크기가 동일한 경우가 많다”며 “초기 임산부는 상관 없지만 배가 많이 나온 상태에서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려면 차에 배가 긁히면서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당시 무한도전에 같이 출연했던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그 해 7월 ‘임산부 주차장법’을 대표 발의했다. 정식 법안 명칭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으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장애인 및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으로 변경해 임산부도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김 의원은 “그 동안 임산부들은 거동에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좁은 일반 주차구역을 활용할 수밖에 없어 불편을 호소해 왔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하위 저출산 국면에서 출산을 결심했음에도 교통약자로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임산부들을 돕기 위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이 법안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장애인 주차구역을 늘리면서 임산부 주차를 허용하면 모를까 현재는 임신여부 시비도 많이 있고 부작용이 많을 것 같다”면서 “법안이 통과되면 나중에는 아이가 있는 사람도 허용을 해야한다고 할까봐 두렵기도 하다”고 말했다.

장애자녀를 둔 부모는 “나도 임신을 해봤고 힘든 것을 알지만 장애인에게 주어진 작은 복지를 나누자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애는 임신과 달리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비어있는 이유는 언제고 올 수 있는 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법안은 소관위에 계류된 상태다.

박지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