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짱’으로 유명한 만화가 김성모 작가의 네이버 웹툰 ‘고교생활기록부’가 일본 만화 ‘슬램덩크’를 트레이싱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결국 연재를 중단했다. 트레이싱은 그림 위에 반투명으로 된 얇은 종이를 포갠 후 펜을 이용해 아래 도면을 똑같이 베끼는 작업을 말한다.
2일 현재 해당 웹툰에는 김 작가와 네이버의 사과문이 올라와 있다. 김 작가는 이 글을 통해 “‘고교생활기록부’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라며 “모든 것은 제 불찰이다. 깊이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네이버 웹툰 측도 “4회까지 업데이트 된 ‘고교생활기록부’의 장면들에서 타작품들과 유사한 점이 다수 발견됐으며, 네이버 웹툰은 이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점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이에 ‘고교생활기록부’ 연재·서비스를 중단하게 됨을 알려드린다”고 적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슬램덩크’는 농구를 소재로 한 만화로 일본 내 누계 판매량이 1억2000만부에 달할 정도로 1990년대 한국과 일본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웹툰 ‘고교생활기록부’와 만화 ‘슬램덩크’의 몇 장면들을 비교하는 사진을 만들어 유사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슬램덩크’ 트레이싱 논란이 커지자 김 작가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습작을 하던 시절의 습관으로 인한 것이라는 해명 글을 올렸다. 김 작가는 “예전 만화 습작 시절 작가의 데생맨이 되고 싶어 ‘슬램덩크’를 30여권 정도 베낀 적이 있다”며 “너무나도 팬이었던 작품이기에 30여권을 그리고 나니 어느덧 손에 익어 그 후로 제 작품에서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었다”고 트레이싱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이어 “대놓고 남의 작가 그림을 베끼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지금 일어나서 확인해보니 정말 독자님들이 의심할 정도로 똑같더라. 즉시 시정 조치하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화풍이 비슷한 것은 뇌보다 손이 가는 것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했다. 현재 김 작가의 페이스북은 폐쇄된 상태로 보인다. ‘고교생활기록부’는 지난달 9일부터 연재를 시작하면서 깔끔한 채색과 탄탄한 스토리, 넉넉한 분량으로 많은 호응을 얻었다. 매주 화요일에 업데이트 되는 30여개의 웹툰 중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