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라카제트와 피에르 오바메양의 공존은 우나이 에메리 감독의 아스날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에메리는 그동안 감독 생활을 하며 투톱 시스템을 사용한 적이 손에 꼽는다.
라카제트는 지난해 여름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인 5200만 파운드(약 764억원)를 기록하며 아스널로 이적했다. 경영 철학을 중시하며 선수 영입에 큰돈을 쓰지 않기로 유명한 아르센 벵거 감독의 통 큰 영입이었다. 그런 만큼 라카제트를 향한 아스날의 기대감은 매우 컸다.
하지만 라카제트의 지난 시즌은 분명 실망스러웠다. 지속적인 무릎 부상에 시달리며 제한된 기회 속에 프리미어리그 14골이라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한 때 프랑스 리그를 제패했던 시절에 비하면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만족스럽지 못한 한해를 보낸 라카제트는 프랑스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엔트리 승선에도 실패했다.
결국 아스날은 지난 1월 다시 한번 구단 최고 이적료를 경신하며 도르트문트에서 활약하던 오바메양을 7000만 파운드(약 1032억원)에 영입했다. 오바메양은 후반기만 뛰고도 리그 10호골에 도달하며 순조롭게 새로운 리그 적응을 마쳤다. 라카제트의 부상 공백을 완벽히 메우며 팀의 최전방을 책임졌다.
그동안은 라카제트와 오바메양이 함께 경기에 나서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없었다. 벵거 감독이 최전방 공격수를 한명만 앞세운 3-4-2-1과 4-2-3-1 포메이션을 즐겨 사용했기 때문이다. 때때로 그들의 투톱을 시도하며 라카제트를 측면으로 돌리는 방안을 선보였으나 대부분의 경기에선 원톱 체제를 유지했다.
하지만 신임 감독인 에메리는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유지하는 벵거에 비해 상당히 유기적인 감독이다. 에메리는 과거 발렌시아와 세비야에서는 4-2-3-1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하며 유럽에서 주목 받는 감독으로 올라섰다.
다만 에메리의 4-2-3-1은 벵거의 4-2-3-1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에메리는 중원의 볼 배급 역할을 하는 미드필더에게 강력한 전 방위적 압박을 요구하며 직선적이고 빠른 윙어를 선호한다. 발렌시아 시절 다비드 실바와 세비야의 이반 라키티치가 에메리 감독 전술의 핵심 역할을 맡으며 기량이 만개했다. 에메리는 스스로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를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로 점유율을 높여가는 공격지향적 방식을 선호하면서도 세비야로 유로파리그를 제패한 시절엔 수비적인 카운터 전술을 많이 썼다.
이후 파리생제르망(PSG) 사령탑을 잡았던 시절엔 스리톱을 즐겨 사용했다. 에딘손 카바니와 킬리안 음바페, 네이마르를 모두 사용하기 위해 필수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에메리 감독이 스리톱을 그대로 아스날로 옮겨 온다면 라카제트가 중앙, 오바메양과 메수트 외질이 각각 좌우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에메리는 자신의 철학을 고집하기보단 선수단 성격에 맞춰 최고의 전술을 끌어내는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라카제트와 오바메양에겐 어떤 옷을 입혀줄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