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득도 있다. 남의 눈치 안보고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마음껏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무작정 도전하기엔 시행착오와 재정적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독자경영을 선택하더라도 UAE 법률에 의거하여 현지 스폰서는 반드시 두어야 한다.
이 경우 대개 잠자는 스폰서(sleeping sponsor)를 두게 되고 그렇게 하면 경영에 전혀 간섭을 안받을 수 있다.
두바이헬스케어시티(DHCC, 의료특구)로 진출하게 되면 의료 특구 자체가 스폰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따로 현지 스폰서를 두지 않아도 된다.
최근 두바이재활센터(DPRC, Dubai Physiotherapy and Rehabilitation Center)를 위탁운영하던보바스기념병원 출신의 한국 보건의료인들이 DHCC에 진출하여 재활센터를 독자운영하고 있다.
공신력이 있는 현지 기관의 의료기관을 위탁경영하는 것은 안정적으로 진출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위탁을 맡기 위해서 까다로운 조건들을 맞추어야 하고 때로는 입찰에 응하여 병원을 최종 낙찰 받기 위한 기나긴 과정을 밟아야 한다.
천신만고 끝에 낙찰이 되더라도 계약을 잘 해야 한다. UAE에서는 계약 이전의 MOA체결부터 법적 효력을 인정하기 때문에 진출 초기부터 현지 법률회사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 좋다.
현지의 독보적 로펌 Al Tamimi에 한국인 변호사들이 일하고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UAE 정부기관 산하의 병원들은 대부분 입찰 과정을 거쳐 위탁운영하게 된다. 그러므로 UAE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의 의료기관이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와 수준을 갖추지 않으면 현지 위탁운영을 맡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 입찰 과정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에서 국제화에 큰 도움이 되고 학습이 되므로 여력이 있는 병원이라면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
물론 한국정부와 현지 한국대사관의 도움이 필요하다. 공공기관 위탁경영을 하게 되면 파견 인력을 포함한 필요 인력들의 인건비와 운영비를 모두 예산으로 지원 받을 수 있으며 합의한 목표를 달성하면 성과수수료(performance fees)를 받을 수 있다.
합의된 계약에 따라 성과가 좋으면 초과 성과 달성에 따른 장려금(incentive fees) 수입도 가능하다. UAE뿐만 아니라 쿠웨이트나 사우디와 같은 걸프만의 부유한 산유국가들은 정부가 발주하는 병원이 완공되고 나면 해외 기관에 위탁경영 입찰을 내고 있다.
우리나라 서울대학병원이 UAE 연방정부대통령실(MOPA)의 쉐이크칼리파 병원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UAE의 금융, 물류, 관광, 문화 사업이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인구가 늘고 대규모 부동산개발이 일어남에 따라 병원과 교육 시설이 필요하게 되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을 중심으로 병원 사업에 대한 관심도 높다. 관심과 돈이 몰리니관련된 중개 브로커들이 엄청나게 많다. 잘못 걸리면 이런 브로커의 농단에 휘말리기 쉽다. 특히 한국인이면서 국적이 외국인인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
현지의 아랍과 인도 사람들은 우리 한국인들보다 영어에 능하고 국제적인 계약에 능하다. 처음에 만나게 되면 무엇이든지 다 들어 주고 협조할 것처럼 구는 현지 업자들이 많다.
초기에 의전도 대단하고 대접도 황홀하다. 절대 이런 초기의 접대에 감동하여 쉽게 넘어가면 안된다. 철저하게 현지 조사를 하고 사업성을 검토한 후 먼저 진출한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해서 자신의 주도로 사업을 이끌고 계약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사업의 파트너는 UAE 내국인이 가장 좋다. 아무래도 자국인에 대한 특혜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아부다비 국부펀드 운용사인 무바달라와우리들병원이 척추센터를 성공적으로 잘 운영하고 있다.
왕족을 비롯한 현지의 권력자를 사업 파트너로 두는 경우엔 조심해야 할 점들이 많다. 일단 이들과 분쟁이나 갈등이 발생했을 경우 현지에서 법적 다툼으로 승소하기는 어렵다.
말이 파트너이지 실제론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헤어지고 싶어도 헤어질 수가 없고 이별을 하기 위해 막대한 위약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정말 좋은 사업 파트너는 현지의 어려운 행정 절차를 도와 주되 의료와 관련된 일에는 간섭하지 않고 대외 협력과 홍보에 큰 도움이 되며 수익을 공정하게 나누는 현지 내국인(Emirati)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진출을 앞두고 현지에 나와 있는 KOTRA나 보건산업진흥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최종 단계의 책임은 해외에 진출하고자 하는 사람이 고독하게 감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기선완 교수는
1981년 연세의대 입학하여 격동의 80년대를 대학에서 보내고 1987년 연세의대를 졸업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과 레지턴트를 마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이후 건양대학병원 신설 초기부터 10년 간 근무한 후 인천성모병원을 거쳐 가톨릭관동대학 국제성모병원 개원에 크게 기여했다. 지역사회 정신보건과 중독정신의학이 그의 전공 분야이다. 최근 특이하게 2년 간 아랍에미레이트에서 한국 의료의 해외 진출을 위해 애쓰다가 귀국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