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케이로스··· ‘늪 축구’ 창시자, 이란과 작별 암시

입력 2018-08-02 09:31
이란 축구대표팀이 지난 6월 16일(한국시간) 치른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모로코와의 경기에서 이긴 후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을 헹가레하며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2011년부터 이란 축구대표팀을 이끌며 수비 축구의 진수를 보여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이란에 이별을 고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1일(한국시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7년 6개월이 지났다. 정말 멋진 여정이었다”며 이란에서의 과거를 돌이켜봤다. 케이로스 감독은 “내 커리어에서 두 번째로 긴 계약을 맺은 시간이었고, 축구 이상의 것을 경험하게 해줬다. 축복받았다고 느낀다”고 선수단과 팬들에게 감사함을 나타냈다.

이란 축구 사상 가장 오래 감독직을 맡은 케이로스 감독은 ‘늪 축구’ ‘질식 축구’로 상징되는 이란 축구만의 색깔을 확고히 했다. 특유의 수비 축구 철학에 이란 선수들의 강한 피지컬을 더해 어떤 강팀을 만나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을 만들었다.

이란 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 12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본선에서도 아프리카의 강호 모로코를 1대 0으로 꺾었고, 스페인(0대 1 패)과 포르투갈(1대 1 무)을 지독하게 괴롭혔다.

한국 축구와도 여러모로 악연이 깊다. 케이로스 감독은 2013년 6월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한국과의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1대 0으로 이긴 후 한국 대표팀 벤치를 향해 ‘주먹감자’ 세레머니를 선보였다. 지난해 8월에는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르기 위해 한국에 와서 대한축구협회가 제공한 훈련 환경이 좋지 않다며 비꼬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케이로스 감독의 차기 행선지로는 알제리 대표팀이 유력하다. 중동 언론들은 “케이로스 감독 알제리축구협회와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