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아내와 아이들의 고통이 심하다” 리비아서 피랍된 가장의 호소

입력 2018-08-02 05:27 수정 2018-08-02 10:31

리비아에서 무장단체에 피랍된 한국인의 영상이 공개됐다. 그는 고통을 호소하며 대통령께 도움을 간절히 요청했다. 우리 정부는 리비아 정부와 공조해 무사귀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청해 부대를 인근 해역으로 급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달 6일 리비아 서부 자발 하사우나 지역에서 무장괴한 10여명이 현지 물관리 회사의 외국인 숙소에 난입해 이 회사 소속 한국인 1명과 필리핀인 3명을 납치했다. 정부는 사건 발생 당시 언론에 상황을 설명하고 피랍 한국인의 안전을 위해 보도 유예, 이른바 ‘엠바고’를 요청했다.



그러나 사건발생 27일째인 1일 리비아 유력 매체인 ‘2018뉴스’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계정에 피랍자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동영상이 올라와 피랍 사실이 공개됐다. 2분 43초 분량의 이 영상에서 중년의 한국인 남성이 “대통령님, 제발 도와주세요. 내 조국은 한국입니다”라고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남성은 또 “나는 너무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며 “나로 인해 내 아내와 아이들이 정신적 고통이 심하다. 제발 대통령님 도와달라”고 애원했다.

영상엔 또 납치 세력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총을 든 채 피랍자 주변을 서성이는 모습도 담겼다. 해당 영상의 촬영 시점과 촬영자, 언론사에 제공한 사람 등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리비아 현지 한국 공관 직원이 영상을 발견해 외교부로 알려왔다.

사건 발생 이후 우리 정부는 납치 세력과 직접적인 접촉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외교 라인을 통해 리비아 당국에 협조를 요청하고 납치 세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지 부족세력 등을 통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주리비아대사관은 신고 접수 직후 대사를 반장으로 하는 현지 비상대책반을 가동 중이다. 외교 당국자는 “피랍된 한국인은 외관상 건강이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이한 것은 이번 동영상에서 납치세력이 자기 신원 정체를 밝히지 않고 있고 특별한 요구사항도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납치세력이 현지 지방 부족 세력 산하의 무장 민병대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사건 발생 당일 저녁 합참은 아덴만에서 임무 수행 중인 청해부대를 인근 해역으로 급파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아프리카 가나 해역에서 한국인 3명이 해적 세력에 납치됐을 때도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을 출동시켜 구조했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