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일 제주도 예멘인 난민 수용 논란과 관련해 밝힌 방침에 대해 난민 인권단체들은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가 임의대로 심사 기회 자체를 차단하는 등 난민심사의 기본 목적을 훼손할 여지가 클 뿐더러 난민신청자들에게만 마약·전염병 검사를 강화하는 등 여론에 따라 인종주의적 차별을 한다는 비판이다.
앞서 박 장관은 이날 청와대 SNS 방송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 나와 ‘제주도 불법 난민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 및 개헌을 청원합니다’ 청와대 청원에 대한 답변을 발표했다. 해당 청원은 예멘 난민에 대한 거부 여론이 비등하면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 71만명을 넘는 동의를 받은 바 있다.
이 방송에서 박 장관은 난민 신청시 SNS 계정 제출 의무화와 마약 검사, 전염병, 강력범죄 여부 등을 검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것이 명백한 신청자는 정식 난민심사 절차에 회부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면서 “난민 브로커 처벌 조항도 명문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 전문성·독립성 확충을 위해 난민심판원을 신설하기로 했다.
박 장관의 발표 직후 17개 난민 인권단체 모임인 ‘난민네트워크’와 39개 단체가 모인 ‘제주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 위원회’는 함께 내놓은 성명에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 단체는 난민 신원검증과 심사의 신속성만 강조할 게 아니라 난민협약을 제대로 이행하고 인종주의를 극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먼저 박 장관이 일부 난민신청자를 정식 난민심사 절차에 회부하지 않을 뜻을 밝힌 데 대해 멀쩡한 절차없이 임의로 난민신청자로부터 심사 기회 자체를 박탈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정식 난민심사 절차란 난민신청자에 대한 인터뷰와 국적국정황정보(Country of Origin Information·해당국의 인권 상황 등 국가정보)를 확인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어떻게 진정한 난민을 가려내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SNS 계정 제출 의무화와 마약, 전염병, 강력범죄 여부 검사 방침을 밝힌 데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난민신청자 전체에 대한 인종차별적 시각이 그대로 반영된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이들 단체는 과거 한국정부가 외국인 영어교사 계약연장 절차에 에이즈·마약 검사를 요구했다가 유엔의 지적을 받았던 전력을 거론하면서 유엔의 ‘인종차별철폐협약’과 ‘자유권 규약’을 위반하는 조치라고 꼬집었다.
이들 단체는 난민심판원 설치 역시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성명에서 이들은 “난민 인정 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전문성 있는 사람으로 확충, 대체하고 그들에게 출입국 당국으로부터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면서 해당 난민신청자가 실제 처한 인권상황을 알아내기 위한 ‘국가정황정보센터’를 설립하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