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뉴스] “아이가 벼슬? 차에 애기 있다고 경적 울리면 안되나요”

입력 2018-08-02 05:00 수정 2018-08-02 05:00
사진=SBS 뉴스 캡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운전자 A씨는 여느 때처럼 단지 내에서 주차할 공간을 찾고 있었습니다. 일방통행이었는데 저 멀리서 한 차량이 역주행을 하며 A씨 방향으로 가까이 접근했습니다.

주차하려던 공간 앞을 막아섰고 A씨는 어쩔 수 없이 다른 공간을 찾기 위해 문제 차량 옆을 지나치려던 찰나, 갑자기 보조석 문이 열렸습니다. 일방통행하는 좁은 공간에서 갑자기 문을 열어 차가 부딪힐 뻔 했고 놀란 A씨는 경적을 울렸습니다.

A씨는 결국 다른 곳에 주차하고 걸어오는데 문제 차량에서 한 남성이 내리더니 “아기 놀라게 왜 경적을 울리냐” “한번만 더 걸리면 가만두지 않겠다 두고보자”며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A씨는 “좁은 길에서 갑자기 문을 열어 부딪힐 뻔 해 경적을 울렸다” “차에 아기가 있는지 밖에서 알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답니다.

그러자 남성은 “누가 아파트 단지 내에서 그렇게 빵빵대냐. 운전 더럽게 한다”며 “애기가 있는데 문 열면 당연히 기다렸다 가야지 왜 그냥 지나가냐”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합니다.

A씨는 만약 밖에서 아이가 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충분히 기다릴 의향이 있었으나 보조석에서 내리려던 사람은 언뜻 보기에도 성인 남성이었다며 억울해 했습니다.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아이가 있는지 밖에서 보고 어떻게 아냐” “아이가 있다고 무조건 양보해 달라는 거냐. 아이가 벼슬이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 “아이도 없으면서 양보 받으려고 스티커 붙이는 사람들 봤다. 그래서 난 양보 안한다”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아기가 타고 있어요’(Baby on Board)라는 문구의 스티커가 붙여진 차량을 봅니다. 흔히 사람들은 ‘차에 아기가 있으니 양보해달라 혹은 운전을 조심해 달라’는 의미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본래는 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체구가 작은 아기가 발견되지 않을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를 인지한 부모들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차량 본체에 아이의 혈액형과 성별 등의 내용이 담긴 스티커를 붙여 놓기도 합니다.

아이를 지키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진정으로 아이를 지키는 길은 분노보다 원칙을 지키는 것 아닐까요?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김혜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