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정오, 오전 업무를 끝내고 점심식사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 30분쯤 흘렀을까. 다시 업무를 보기 위해 자리에 앉았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너무 덥고 습했다. 에어컨은 또 말을 듣지 않는다. 서비스센터에 연락했더니 한 달을 기다리란다. “한 달 뒤엔 여름이 끝나잖아요.” 직원에게 항의했지만 만족스런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계속되는 폭염에 에어컨 고장 접수 ‘폭증’
연일 계속되는 폭염은 8월 첫 날부터 기승을 부려 기상관측 111년 만에 새로운 기록을 수립했다. 1일 서울 낮 최고기온이 섭씨 39.6도를 찍어 기상관측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에어컨 사용량은 크게 늘었다. 때문에 AS 신고가 폭증해 수리를 받기까지 한달씩이나 기다려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에어컨 고장 신고는 매월 평균 3000건 이상 접수된다. 특히 여름철인 7∼8월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인다. 지난해엔 7월 한 달에만 8000건 이상이 접수됐다.
김석일 LG전자 영등포 서비스센터 대표는 “6월말부터 가전제품 고장 신고가 급증했다”며 “6월 전체 가전제품 고장 접수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때부터 8월까지 접수되는 가전은 에어컨이 대부분이다. 에어컨 고장 접수가 늘어난 만큼 수리기사의 업무도 평년보다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수리까지 ‘한달’ 소비자는 ‘울상’
춘천에 거주하는 최모(21)씨는 “한 달 전 지금 사는 원룸에 입주했다. 그런데 삼성전자 에어컨이 아무리 온도를 낮춰도 시원해지지 않아 7월 말 AS를 신청했다가 한 달 뒤에나 기사가 방문할 수 있다는 답을 받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씨는 “접수가 밀려 다음 달에나 방문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거의 가을이다”면서 “계절학기 때문에 잠시 살다 다시 기숙사로 이사할 건데, 답답하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같은 지역 ‘옥탑살이’를 하는 김모(24)씨 상황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가뜩이나 옥탑방이라 한참 더울 때는 실내 온도가 실외 온도보다 높다. 때문에 점심에는 인근 PC방으로 잠시 피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해해달라”
제조사나 판매업체 측은 최대한의 가용 인력을 투입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워낙 폭발적으로 AS요청이 집중되는 기간인 만큼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갑작스레 수요가 급증해 현장 수리기사들도 쉴 틈이 없는 정도”라며 “일부 AS신청 사례의 경우 소비자들이 사용법을 모르거나 조작 등을 잘못해 벌어지는 일도 있는 만큼 이 같은 경우 선제적으로 안내해 기사 방문 요청 수요를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나 LG전자서비스 등 주요 에어컨 제조사 서비스센터는 “홈페이지에 에어컨 관련 사용설명서나 문제해결법 등을 게재하고 있으니 시원한 바람이 나오지 않는다고 무조건 AS를 접수하기 전 에어컨 자가 점검을 통해 단순 고장 등의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