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음주 역주행 사건’ 피해자 아들 “국민들은 원합니다” 청와대 청원

입력 2018-08-01 17:18
보배드림 캡처

‘양평 음주 역주행 사건’ 피해자 아들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2016년 5월 발생한 이 사건은 가해 운전자의 근황이 알려지면서 2년이 지난 최근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네티즌들은 가해자의 사업장을 알아낸 뒤 항의 메시지를 전하며 불매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A씨는 1일 오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음주운전 처벌 법 개정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고 “다시는 저와 같은 음주운전 피해자가 눈물 흘리지 않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양평 음주운전 역주행 사건’은 2016년 5월 13일 새벽 경기 양평군 옥천면 국도에서 발생했다. 20대 여성이 만취상태로 역주행을 하다 60대 부부가 탄 차량을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남편은 늑골 골절 및 장파열로 7시간 넘는 대수술 끝에 배변주머니를 차고 생활해야 하는 중상을 입었고 아내 역시 고관절 및 슬관절 파손으로 인공 관절 수술을 받고 평생 장애를 안게 됐다. 특히 남편은 사고 후유증으로 치료를 받다가 뇌출혈로 쓰러져 패혈증이 겹치면서 지난해 2월 사망했다. 이날은 A씨의 생일이었다.

A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 아들로서 이 사건이 진행되는 모든 과정을 가장 가슴 아프게 지켜봐야 했다”며 “사고 후 가족은 장애와 정신적 고통으로 하루하루 지옥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청원 글에 적었다.

반면 음주 역주행 가해자는 2016년 12월 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80일 처벌을 받았다. 당시 범죄에 비해 낮은 형량이 내려지자 음주운전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공분이 일었다.


잠시 들끓던 여론이 잠잠해 지면서 잊혀질뻔한 사건은 최근 가해자가 대형 식당을 운영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조명됐다. 네티즌들은 사업장을 찾아내 항의전화를 하거나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올렸고,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가해자가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사과문을 올리며 용서를 구했지만 진정성 논란으로 번지면서 네티즌들의 단체 행동은 더욱 거세졌다.

A씨는 “네티즌들이 이처럼 분노하는 이유는 음주운전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기 때문이고, 나와 내 가족들이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는데 왜 정부와 입법, 사법기관은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것입니까? 많은 사람들이 해마다 끊임없는 음주운전 사고에 피해를 겪고있는데도 왜 방관만 하고 있는 겁니까?”라며 관련 법 개정을 촉구했다.

아울러 A씨는 국민청원을 올린 이후 보배드림 게시글을 통해 “이 청원이 널리 알려져 정부의 책임있는 답변을 꼭 듣고 싶다”고 했다. A씨의 청원에는 1일 오후 5시10분 현재 3000명이 넘는 시민들의 동참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