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 개입해 허위정보와 악성 콘텐츠를 확산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활동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가짜 계정 32개를 삭제했다고 CNN방송 등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계정들의 배후가 러시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페이스북은 성명을 내고 “복잡하게 작동하는 허위정보와 악의적 행위를 식별한 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32개의 가짜 계정과 온라인 페이지를 찾아 삭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 계정들은 지난해 5월부터 생성됐으며 9500개 이상의 게시물을 올렸고 29만명이 넘는 팔로우를 보유하고 있었다.
게시물은 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반대를 선동하는 내용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적발된 페이지 중 하나에는 지난해 백인 우월주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샬러츠빌 유혈사태 당시 집회 구호였던 ‘유나이트 더 라이트’에 대항해 ‘노(NO) 유나이트 더 라이트 2’ 행진을 기획하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미국 내 불법이민자 단속 주관기관인 이민세관단속국(ICE) 폐지 운동을 주도하는 계정도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배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러시아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페이스북 고위 관계자는 “2016년 미 대선 당시 허위 정보를 퍼뜨린 러시아의 댓글 조직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의 수법과 유사하다”고 CNN에 밝혔다. 아담 쉬프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번 페이스북 발표는 러시아의 선거 개입이 지속되고 있다는 우려를 확인시켜줬고, 그들이 소셜 미디어를 무기처럼 사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배후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페이스북은 “누가 가짜계정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IRA보다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더 노력한 것은 분명하다”고 공식 사이트를 통해 밝혔다. BBC방송은 “비활성화된 IRA계정 중 하나가 적발된 페이지를 공유하는 등 연결고리가 있지만, 러시아 IP주소와의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