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한국당’ 재건 위한 행보시작…첫 시작은 ‘서울현장 방문’

입력 2018-08-01 15:42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성태 원내대표. 뉴시스

출범한 지 보름이 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본격적으로 한국당 혁신방향 설정에 박차를 가했다. 가장 대표적인 김 위원장의 혁신방향은 ‘보수 가치노선 재정립’이다.

사실상 무너져가는 ‘자유한국당’이라는 집을 재건해야하는 김 위원장은 그간 문재인 정부를 ‘국가주의’로 규정하고 ‘국가주의 대 자유주의’의 새 프레임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새로운 프레이밍을 통해 정치권 ‘가치논쟁’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문재인정부의 ‘먹방 규제’ ‘학교 자판기 설치 규제’ 등의 정책을 언급하며 경제 분야에서의 정부간섭을 비판했다. 특히 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부동산 정책 등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진보·보수 대결구도는 탈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대표적인 행보가 지난달 30일 당내 비판을 무릅쓰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일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방명록에 ‘모두 다함께 잘 사는 나라’라고 남기며 다시 한 번 탈국가주의를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가주의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며 “이제는 탈국가주의 시대를 열 때가 됐다”고 말했다.

1일 택시에 탑승해 운전기사와 대화하는 김병준 비대위원장. 자유한국당 제공

김 위원장은 1일 이러한 행보를 이어갔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이날 새벽 총 3팀으로 나눠 ‘현장에서 국민의 말씀을 듣다’라는 주제로 민생현장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이 현장방문 직후 국회에서 “(시민 분들이) 최저임금 문제를 많이 이야기 하시더라”며 “최저임금은 서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서민들을 어렵게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1팀인 김 위원장은 양천구에서 새벽 첫 버스를 타고 양재동 꽃도매시장, 신영전통시장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아침에 청소일을 하기 위해 새벽 4시 반 첫차를 타고 출근하는 분부터 재래시장 상인들까지 다양한 분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무시간은 줄어 받는 돈은 똑같은데 노동 강도는 세졌다고 하셨다”며 “재래시장 상인은 지금 매출이 2015년에 비해 4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시민들이 한국당 혁신에 대해서도 많은 조언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시민들은 제발 싸우지 말라고 했다”며 “서민의 삶과 관련되거나 정책적인 면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자기 이익이나 자리를 위한 다툼은 여야를 막론하고 보기 싫으니 싸우더라도 의미 있는 싸움을 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보수·진보 간 대립구조’ 탈피와 ‘국가주의 대 자율주의’을 중심으로 정치권에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려는 김 위원장의 구상이 드러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의 당 혁신이 성공하려면 ‘인적 청산’이 반드시 동반돼야 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아무리 새로운 가치를 가져와 혁신을 외쳐도 가치를 담는 그릇이 그대로면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당내 계파 갈등 또한 해결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1일 ‘가치혁신 TF 위원장’으로 박근혜정부 청와대 국정기획 수석을 지낸 유민봉 의원을 내정했다가 유 의원의 고사로 철회했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박근혜 정부 핵심 인사가 탄핵 이후 망가진 당의 앞길을 제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대위 안팎에서는 내년 초 비대위 종료 전에는 김 위원장이 언급한 바 있는 ‘당협위원장 교체 카드’ 등을 활용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태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