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예술의 뿌리 지켜주세요” 광주예고 학생들의 호소

입력 2018-08-01 14:49
광주예술고등학교

2021년 3월 이설되는 광주예술고를 둘러싸고 광주시교육청과 학교 측이 학과 개편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이설 시기에 맞춰 공사를 매듭짓기 위해선 조기에 학과 개편 논의를 마무리 짓고 내부 공간 및 시설 확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동문회 측은 현 체제를 흔들 경우 이설반대 운동에 나서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광주교육청은 지난달 ‘광주예술고 이설부지 활용 및 발전방안’이라는 용역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광주예술고가 옮겨갈 부지 활용 방식과 학교 발전 방안을 위한 용역 결과를 내놓는 자리였다.

김병균씨 제공

이 자리에서 현재 국악·음악·한국화·미술·무용과 체제의 5개 학과 대신 음악·미술·무용 3개 학과로 개편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렇게 되면 국악과는 음악과로, 한국화과는 미술과로 통폐합된다. 시교육청은 예술 체계상 적합도와 학과 입학생들이 줄고 있다는 점을 개편 근거로 들었다.

이에 동문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악·한국화과를 없애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광주예술고의 모태인 남도예술학교가 1983년 개교 당시부터 남도예술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국악·한국화로 시작됐고, 학교설립 취지 역시 ‘남도의 전통예술의 맥을 계승·발전시킨다’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국 최초 공립예술고인 광주예술고 학과 통폐합을 막아달라. 국악·한국화과를 살려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을 올린 광주예교 한국화과 11회 졸업생 김병균씨는 “시교육청이 민주사회에서 중요시 하는 지역의 다양성, 특수성을 무시하고있다”며 “시교육청이 관리의 효용성과 현대사회의 시류에 편승하여 전통예술교육 보호육성이라는 학교 설립 목적과 공교육의 책무를 망각한 채 사설교육기관이 시행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여러 선진국에서는 아주 조그마한 신화나 전통예술도 보존·계승하여 상품화, 관광화 시키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예술교육의 본질을 위축시키고, 지역 전통예술을 말살하는 비열한 처사”라며 “광주예고의 ‘한국화과’는 전국에 하나 밖에 없는 공립예고 ‘한국화과’”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학교가 처음 세워질 당시 한국화과와 국악과만 존재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고3일 때 무용과도 만들어진 것이다”며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학교처럼 음악과, 미술과 통폐합 된다면 차별성과 특징이 사라진다”면서 “예술고를 축소시켜버리면 그걸 배우고자하는 학생들까지 적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교육청은 “다른 예고는 다 미술과 안에 여러 전공들 있는데 유독 광주예고만 한국화과를 계속 유지하려 하는 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동문회는 “전국에 유일한 한국화과라면 그것을 더욱 더 특성화, 개성화하여 발전시키면 되지 왜 굳이 통합하려하는가? 누구를 위한 통합인가”라고 반박했다.

학생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예고 김현지(2학년) 학생은 “우리 학교는 한국화와 국악을 중심으로 전통예술의 흐름을 이어가자는 의미로 세워진 학교다”며 “단 하나 남은 단일 한국화과를 없앤다는 것은 우리의 예술을 계승할 미래를 없앤다는 뜻이다”고 주장했다.

이소연 학생은 “한국화와 미술과는 엄연히 다른 기법과 개성이 다른 그림이다”라며 “한국화만의 개성을 살리고 우리 한국화를 더 알려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유리 학생은 “광주예술고는 남도예술학교로 시작해 처음 한국화과와 국악과로 전통예술의 맥을 계승하려고 만들어진 학교다”며 “한국화과와 국악과를 통폐합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김한결 학생은 “이것은 광주예고 재학생과 졸업생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고, 만약 통합이 되면 미술과 안에서 요구되는 한국화과 학생들의 수가 줄어들 것이다”며 “한국화의 발전을 막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광주시 북구 운암동에 있는 광주예술고는 전국 최초 공립 예술고로 건물이 노후되고 부지가 협소해 전공별 실기실 확보 등 예술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광주시 북구 중외공원 인근의 옛 전남도교육청 부지(3만6938㎡)로 이설을 추진하고 있다.

박지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