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조현병 환자 범죄…“귀신 씌었다”며 노모 살해한 50대 남성 검거

입력 2018-08-01 13:41
그래픽=뉴시스=DB

조현병 환자에 의한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엄마의 영혼이 시켰다”며 50대 조현병 환자가 80대 노모를 폭행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조현병 환자 지원·관리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1일 존속살해 혐의로 A(54)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조현병 환자로 지난달 29일 서울 구로구 자신의 집에서 어머니 B(80)씨를 주먹과 발로 마구 때려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같은 달 31일 모자가 함께 다니던 교회 지인 C씨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C씨는 B씨가 이틀째 요양원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는 요양원 직원의 연락을 받고 집을 찾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의 영혼이 나에게 들어와 어머니를 때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집에 외부인 침입 흔적이 없고 A씨가 체포 당시부터 일관되게 범행을 인정한 점 등을 볼 때 그가 어머니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범행 동기에 관한 A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해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조만간 신청하고 B씨에 대한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8일 서울 성북구에서는 30대 조현병 환자가 자신을 정신병원에 보내려 하는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다. 같은 날 경북 영양에서는 40대 조현병 환자의 난동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2명이 흉기에 맞아 이 가운데 1명이 숨지기도 했다.

조현병 환자 관리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재발위험이 높은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해 본인 동의가 없어도 퇴원 후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지속적인 관리를 받게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중증 정신질환자 지역사회 치료 지원 강화방안’을 지난달 22일 발표했다.

정부는 먼저 지속적인 치료·관리가 필요할 경우 환자 동의를 받지 않아도 퇴원 사실과 치료 경과, 의사 소견 등을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와 보건소에 통보하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환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지역 정신건강센터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퇴원 뒤 임의로 치료를 중단해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또 시·군·구청장 직권으로 외래치료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법을 고치기로 했다. 입원 전 정신병적 증상으로 타인 등에 해를 가한 환자에 한해 1년간 강제로 외래 치료를 받게 할 방침이다.

정부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간호사, 정신건강전문요원, 사회복지사 등으로 팀을 구성해 퇴원 환자 방문 상담과 투약 관리 등도 할 예정이다. 정신질환 환자의 응급입원 여부를 알 수 있는 ‘응급의료포털’ 활용 방법 등이 명시된 매뉴얼도 발간한다.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가 없는 15개 시·군·구에 센터를 모두 설치하고 2022년까지 전문 인력 1455명을 확충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방안에 중증 정신질환자가 치료 후 지역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장기적 대책이 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홍선미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직업재활 등 환자들의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시스템도 함께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정익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퇴원 환자 방문관리 시범사업과 커뮤니티 케어 등을 통해 지역사회 사례관리를 강화하고 촘촘한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