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실종 여성은 난민 범죄? “쓸데없는 상상, 난민 포비아 경계해야”

입력 2018-08-01 11:19
경찰이 지난 25일 오후 11시5분께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세화포구 인근 편의점에서 물건을 산 뒤 사라진 최모(38·여)씨의 행방을 찾기 위해 수색을 벌이고 있다. 최씨(붉은 원)가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모습. 사진=제주지방경찰청 제공 영상 캡처

제주 세화포구에서 가족과 함께 캠핑을 즐기던 30대 여성 행방이 엿새째 묘연하다. 난민 범죄에 연루됐다는 낭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제노포비아(이방인에 대한 혐오현상)’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서는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계 팀장과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가 함께 실종 여성 행방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백 전 팀장은 “가족이 머물던 캠핑카 주변 주민들 진술을 종합하면 부부는 캠핑카 안에서 크게 싸웠다. 또 제주에 정착하기 위한 이유라고는 하나 캠핑카까지 끌고, 어린 남매를 데리고 15일 동안 거주했다는 그 배경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여성이 실종된 시간은 (25일) 오후 11시쯤으로 추정되는데, 남편이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깬 시간은 26일 00시 15분. 이후 부인을 찾다가 오후 3시가 넘어서, 무려 10시간이 넘도록 지난 후에야 신고했다는 것도 의아하다”고도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포비아로 확산되는 모습이 있다”면서 “현재 제주에 등록된 체류 외국인은 2만 3029명이다. 이 중 예멘 난민은 500여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은) 난민들이 일으킨 범죄다’ ‘인근에서 난민들이 구걸하는 모습을 봤다’는 등 쓸데없는 상상들은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도 “가만 보면 우리가 예멘을 얼마나 아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거들었다. 그는 “‘모르는데 어떻게 의심하지, 어떻게 혐오하나’라고 생각할 수는 있으나 우리는 이전부터 몇가지 사회적 편견을 갖고 있었다”며 “이를테면 GDP가 높은 국가 사람들은 범죄율이 낮을 것이라는 호의적 감정, GDP 인종주의 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무슬림에 대해 잘 모르면서도 두려움을 갖고 있는 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 “제주라는 섬이 갖는 심리 요인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육지는 연결돼있는 데 비해 섬은 굉장히 (공간이) 제한적이고 단절돼있다. 이 안에서 발생하는 요소들은 훨씬 심리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막연한 불안이나 불만이 아무래도 익숙한 내국인보다는 낯선 문화를 가진 사람들에게 투사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제주에선 내국인 범죄율이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 전 팀장은 “범죄율이 20%가 넘게 증가했다. 제주엔 내외국인을 비롯해 1500만명이 관광차 방문하는데, 외국인은 채 3만이 안된다”면서 “내국인 범죄가 훨씬 많다”고 강조했다. “30일 동안 무비자로 입국해서 체류할 수 있는 부분 때문에 오히려 외국인 수사과에서는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 때문에 외국인 범죄율이 늘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