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에 있는 차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전공의를 의료용 철제 트레이로 내려쳐 다치게 한 20대가 풀려났다.
중앙일보는 1일 “지난달 31일 새벽 구미에서 의료진을 폭행한 A씨가 경찰에 체포됐다가 2시간 만에 풀려났다”며 “연행 당시 A씨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CCTV 영상을 확인하고 잘못을 빌었다”고 보도했다.
이번 폭행은 술을 마시다 선배에게 맞아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한 A씨가 난동을 부리던 중 발생했다. A씨는 응급처치를 하고 차트를 작성하기 위해 간호사 쪽을 바라보던 전공의 김모씨의 뒤통수를 근처에 있던 철제 트레이로 가격했다. 김씨는 무방비 상태에서 머리를 맞아 심한 출혈과 함께 뇌진탕 증세를 보여 해당 병원 신경외과에 입원했다. 환자를 말리던 간호사 임모씨도 상해를 입었다.
A씨는 김씨를 폭행한 뒤에도 주위를 배회하며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려고 했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연행됐다. 당시 출동한 경찰 역시 A씨에게 위협을 느껴 테이저 건을 겨눈 상태로 A씨에게 수갑을 채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나이가 어리고 초범인 데다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구속영장심사위원회를 열어 심의한 결과 구속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해 불구속 입건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 등 의료계는 엄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사건 발생 직후 ‘의료기관 폭행사건 또…!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공동성명서를 내고 “전북 익산 응급의료센터 의료진 폭행 사건, 강원 강릉 망치테러사건에 이어 언론에 알려진 사건만 한 달 새 벌써 3번째”라며 “의료인 폭행 시 가중처벌토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처벌은 경미한 수준에 그쳐 국민들이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데 주취상태의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가중처벌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폭행 사건이 발생한 구미차병원 최승필 응급의료과장도 1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는 언론을 통해 의료진 폭행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지만 이제는 헬멧을 쓰고 진료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폭행을 당한) 김모씨는 의대를 졸업해 올해 의사생활을 시작한 20대 새내기인데 이번 사건으로 트라우마가 남을까 걱정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음주운전이나 음주 후 범죄에 대해 가중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측에서도 지난달 3일 응급실 의료인 처벌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는 ‘“감옥에 갔다와서 칼로 죽여버리겠다”’는 청원에 동의해줄 것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해당 청원은 1일 오전 현재 13만6300여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이번 폭행사건 이후 올라온 한 청원에서 청원자는 “술을 마셨다고 해서 약하게 벌을 내리니 범죄가 더 많이 일어나는 것”이라면서 “심신미약에 의한 처벌 약화가 아니라 음주 후 범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이번 사건같은 불상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일 익산 응급실 의사 폭행 이후 의료계에서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자 국회에서도 개정안을 발표하는 등 행동에 나섰다.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13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하고 응급의료를 방해하거나 의료용 시설 등을 파괴·손상 또는 점거한 사람에 대해 징역형만을 부과할 수 있도록 발의했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