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미투’에 휩싸인 광주지역 모 사립여고 학부모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했던 성희롱 발언을 자세히 전했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1일 출연해서다. 학부모 A씨에 따르면 가해 교사 11명은 수업 중 여성의 신체 부위를 언급하며 희롱하는 듯한 말을 하고, 학생들의 몸을 만지기도 했다.
고교 3학년 자녀를 둔 A씨는 “딸이 입학 후 선생님들이 농담처럼 ‘엉덩이가 크다’ ‘가슴이 크다’ ‘여자는 각선미가 좋아야 한다’며 (학생들) 엉덩이나 다리를 살짝살짝 만진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딸 옆 반에서 벌어졌던 일인데 그날이 조금 더운 날이었나 보다”며 “선생님이 들어와 ‘너희들 더우면 커튼 벗겨라. 다리는 벌려라’ 이런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또 “본인 여자친구랑 있었던 일을 아이 앞에서 공공연하게 말하고 어떤 선생님은 창녀촌에 다녀왔다는 얘기도 했다고 들었다”면서 “우선 제가 들은 얘기는 이 정도다. 아이가 너무 혼란에 빠져 있어 더는 물어볼 수가 없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18일 학생회 간부와 학부모가 이 여고 교장에게 피해 사실을 신고하며 알려졌다. 학교 측은 지난 30일까지 3일간 자체 전수조사를 벌였고, 교사 11명이 성추행·성희롱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학생은 180여명에 이른다.
A씨는 “(학생들이) 지난해에도 문제제기를 했다고 들었다”며 “교육청 홈페이지 같은 데도 올라온 적이 있었는데 몇 시간 뒤면 그 글이 삭제되곤 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학교에 직접 문제제기를 해본 적은 없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A씨는 “아이들은 선생님이 제일 무섭지 않느냐”면서 “선생님의 위압적인 한마디에 좀 위축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사건이 표면화되니까 선생님이 ‘너희들 이런 식으로 하면 생활기록부 잘 써줄 수 있을 것 같냐’는 식으로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아이들이 본인도 여기서 그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문제가 더 커졌고, 교육청에서 오게 됐고, 전수조사를 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가해 교사들을 다시 대면하게 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한다. A씨는 “학생들이 증언한 것을 선생님들이 알고 있지 않느냐”며 “저 역시 불안한 마음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아이들 보호하는 차원에서 선생님들이 정리되면 좋겠다”면서 “어떤 선생님이 오시건 앞으로 이런 분위기가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광주시교육청은 교사 11명을 우선 분리 조치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이 학교 3학년 학생들은 8일 개학을 앞두고 있다. 교육청은 개학 이후에도 교사들에 대한 분리조치를 지속하고 기간제 교사를 대체 투입할 계획이다. 또 교사들이 성희롱과 성추행 가해자로 최종 확인되면 중징계할 방침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