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89)씨가 31일 아들 곁에 영면했다. 박씨의 영결식은 이날 오전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부산 부산진구 시민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를 비롯해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회원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100여명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박 열사의 형 종부(59)씨와 누나 은숙(55)씨, 어머니 정차순(86)씨 등 유족들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오열했다.
“아들을 잃은 고통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민주주의를 위해 이바지하셨습니다. 이제 아들 옆에서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박 열사가 다녔던 부산 혜광고 친구 김치하씨 등의 추모 발언이 영결식에서 이어지자 유족들은 조용히 흐느꼈다. 종교의식에 이어 마지막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고인이 1987년 아들 사후 31년간 아들을 대신해 민주화투사로 살아온 여정이 노래에 실린 듯했다.
영결식이 끝난 후엔 발인이 이어졌다. 운구차가 관을 싣고 화장장으로 향하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유족들과 시민장례위원들은 고개 숙인 채 고인을 떠나보냈다.
고인의 유해는 이날 오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사랑방인 서울 종로구 ‘한울삶’ 사무실에 잠시 머문 뒤 박 열사가 고문으로 숨진 남영동 대공분실도 방문했다.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노제에는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회원 등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고인의 유해는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 잠들어 있는 아들 박 열사의 옆에 안장됐다.
부산=윤봉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