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모 여고 ‘집단미투’로 성추행 성희롱 의심 교사 11명 교단에서 배제

입력 2018-07-31 21:05 수정 2018-07-31 21:11
‘고년 몸매 예쁘네. 엉덩이도 크네. 여자는 애 낳는 기계다. 돼지 같은 년. 미친년.“

광주지역 모 사립여고 교사들이 제자들에게 내뱉은 성희롱 발언의 일부다. 교단에 서는 교사들이 차마 제자들에게 했다고는 믿기 어려운 내용과 상대방과 싸울 때나 사용하는 욕설도 섞여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여학생 성희롱‧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광주 모 사립여고 교사 11명을 분리 조치키로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시교육청이 장기간에 걸쳐 교사들의 여학생 성희롱‧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모 여고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난 30일까지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다.

시교육청은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 11명을 우선 분리조치하고 경찰에도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 30일 여름방학을 시작한 해당 학교 3학년 학생들은 8월8일 개학을 앞두고 있다.

교육청은 개학 이후에도 해당 교사들에 대한 분리조치를 지속하고 기간제 교사를 수업에 대체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교사들이 성희롱과 성추행 가해자로 최종 확인되면 해임 이상 중징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교육청 전수조사에서 교사들이 장기간에 걸쳐 성희롱 또는 성차별적인 발언을 하거나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너는 내 이상형이다”며 어깨동무를 하거나 여고생의 등을 쓰다듬고 속 옷 끈을 만지는 교사도 있었다. 어떤 교사는 허리와 엉덩이를 툭툭 치거나 쓰다듬기도 했다.

11명의 교사들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학생은 예상을 뛰어 넘었다. 학교 자체 전수 조사에서 860여명의 전체 학생 중 180여명이 피해 사실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해당 학교는 3년 전 발생한 교사 2명의 성추행 사건을 은폐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청은 “재단에서 신고하지 않으면 내용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며 “현재 관련 내용을 파악 중이다”고 해명했다.

해당 학교의 성추행‧성희롱 의혹은 학생회 간부와 학부모가 교장에게 신고하면서 처음 제기됐다.

앞서 이 학교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담임 등 교사들에게 피해사실을 신고했으나 학교 측이 이를 묵살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상황과 감사결과에 따라 분리조치 교사는 교단에 복귀할 수 있다”며 “전체 학생들과 1대1 개별 면담 방식으로 정밀감사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