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 국민 인권 사안도 상고법원 빅딜용으로 검토

입력 2018-07-31 16:52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신설에 부정적인 법무부·검찰을 설득하기 위해 검찰이 피의자 체포를 쉽게 할 수 있는 ‘영장 없는 체포 활성화’ 방안을 빅딜용 카드로 검토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해서는 판사의 체포영장이 발부돼야 한다. 그동안 검찰은 판사들이 체포영장 발부를 너무 엄격히 해서 피의자 체포가 어렵고, 결과적으로 수사에 지장이 많다는 내부 불만을 표시해왔다. 대법원이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사항을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거래 방안으로 검토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법원행정처는 31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에 언급된 410개 문서 파일 중 미공개 문서 파일 228건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2015년 7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법무부 설득방안’(이하 설득방안)이 포함돼 있다.

법원행정처는 ‘설득방안’에서 ‘법무부와의 협상 이니셔티브 확보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영장제도의 대대적 개혁 공론화’를 거론했다. “법무부·검찰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영장제도의 변화를 매개로 활용하면, 수사 업무와 직결돼 있어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다.

법원행정처는 특히 ‘빅딜을 위한 협상 카드’로 ‘영장 없는 체포 활성화’를 적시했다. 이와 관련, “현재 법관에 의해 심사·통제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수사기관에 체포에 관한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수사 초기 신속한 신병 확보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법원행정처는 체포 활성화 방안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우려한 듯 “외부에는 구속 여부에 대한 엄격 통제 방안으로 표방이 가능하다”고 문건에 적었다. 실질적으로는 검찰의 영장 없는 피의자 체포를 허용하고, 대외적으로는 ‘엄격 통제 방안’으로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실질적으로 체포 상태에서의 수사결과가 영장실질심사에 반영되므로, 구속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피의자 체포와 구속에 대한 검찰의 손을 들어주는 대신 상고법원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설득방안에는 당시 취임한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인선 배경과 검찰 내부의 인물평도 정보보고 형식으로 담겨 있다. 문건에는 ‘신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내부 인물평’이라는 항목에서 ‘①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으며,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스럽게 한다 ②상관을 끔찍이 모신다 ③상부에 쓴 소리를 좀체 못하는 예스맨으로 평가되기도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