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이주할 계획을 세우기 위해 가족 캠핑을 갔다가 실종된 30대 여성 행방이 엿새째 묘연하다. 이를 두고 실족사, 범죄연루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남편과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는 식의 주민 진술이 전해지면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31일 제주동부경찰서와 제주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에서 25일 오후 11시 38분부터 26일 0시 10분 사이에 최모(38·여·경기도 안산)씨가 실종됐다. 경찰은 현재로써는 최씨가 자의든 타의든 물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세화포구 물양장 등 내항에 대한 수중 수색에 집중하고 있다. 물에 빠져 숨졌다면 파도에 밀려 시신이 갯바위 등 연안으로 올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은 세화리 연안은 물론, 이웃 마을인 평대리·하도리 연안까지 수색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색에서는 최씨의 슬리퍼와 휴대전화, 신용카드가 발견됐다. 아직 행방을 알 수 있을 만한 결정적인 증거는 찾지 못했다.
사건이 길어지자 의문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와 주민들은 실종 후 엿새가 지난 만큼 만약 최씨가 바다에 빠져 숨졌다면 시신이 물 위로 떠올라야 하지만 아직도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경찰 관계자는 “만약 물에 빠져 숨졌을 경우 수일이 지나도 시신이 떠오르지 않는 점에 대해 의문스럽다는 여론이 있다”며 “최종 행적과 가까운 곳부터 차례로 수색하면서 범위를 넓혀가고 있고 수색 범위를 구체화하기 위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여성의 슬리퍼가 세화포구에서 동쪽으로 2.7㎞ 떨어진 갯바위에서 발견된 점도 의아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 동부 앞바다에는 최근 들어 북동풍이 불고 있다. 바람 방향은 남서쪽으로 향하는 셈이다. 다만 제주 동부 연안이란 점을 고려하면 파도가 주로 동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충분한 조사가 필요해보인다.
제주해경이 보유한 조류 예측시스템이 연안에서 최소 2㎞ 떨어져야 가능하게 돼 있어 포구 물양장에 빠졌을 가능성을 두고서는 시신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다.
또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역 일부 주민들은 최씨와 남편 A씨(37)가 서로 다투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어떤 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부부가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고 밝혔다. 현장에 내려와 최씨를 찾고 있는 그의 아버지도 “딸과 사위가 제주에 캠핑을 와서 많이 싸웠다는 주변 얘기가 있는데, 사위는 그런 적이 없다고만 한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조사된 바 없고 현재까지는 어떠한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경찰이 파악한 내용대로 라면, 최씨는 25일 오후 11시 5분쯤 편의점에서 물품을 산 후 도보로 2~3분 걸어서 방파제 입구까지 갔을 것으로 보인다.이후 밤바다를 보면서 혼자서 술을 마셨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최씨의 남편 A씨(37)는 26일 0시 20분쯤 잠에서 깨어나 아내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15시간이 지난 26일 오후 3시 21분쯤 최씨의 언니를 통해 경찰에 신고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