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될 줄 알았더니 부활 조짐… 또 유턴한 ‘불사조’ 종다리

입력 2018-07-31 14:40
서울 마포대교에서 지난 30일 바라본 하늘에 뭉게구름이 펼쳐져 있다. 김지훈 기자

제12호 태풍 종다리가 ‘부활의 날개’를 펼쳤다. 한반도 바로 밑에서 힘을 잃고 유턴해 소멸할 줄 알았던 종다리는 열대저압부에서 더 약화되지 않고 다시 방향을 틀어 이동하고 있다.

기상청은 31일 “제25호 열대저압부가 오전 9시 현재 일본 가고시마 남남동쪽 약 240㎞ 부근 해상에서 북동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열대저압부는 이틀 전까지 종다리였다. 태풍까지 발달하는 열대저기압의 네 단계 중 가장 낮은 등급인 열대저압부(중심 최대 풍속 17m/s 미만) 상태로 이틀째 생존하고 있다.

종다리는 지난 25일 괌 북서쪽 1110㎞ 해상에서 발생, 태평양의 습기를 먹고 북진했다. 일본의 허리를 관통하고 동해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한반도에 폭염을 몰고 온 고기압을 뚫지 못하고 방향을 남쪽으로 틀었다. 열대저압부로 약화된 지금은 일본 서남쪽 해상에 있다.

종다리는 그렇게 소멸되는 듯 했지만 돌연 한 바퀴를 돌아 중국 쪽으로 방향을 돌려 생명력을 연장했다. 기상청은 종다리가 오는 1일 오전 9시 제주도 서귀포 남남동쪽 약 360㎞ 부근 해상까지 올라올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종다리는 한반도보다 중국 대륙으로 서진할 가능성이 높다.

종다리가 태풍으로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은 “열대저압부가 해상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태풍으로 다시 발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새로운 태풍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12번째로 지정된 발생순서, 종다리라는 기존의 이름이 유지된다.



기상청이 공개한 이동경로를 보면, 종다리는 괌에서 일본까지 물음표 형태의 곡선을 그리고 일본 서부에서 제주도 남쪽 해상까지 한 바퀴를 돌아 리본 형태를 만들었다. 적어도 네 번은 급회전한 셈이다. 종다리는 일본 서남쪽 해상에서 새로운 순환기류 만나 특이한 이동경로를 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종다리는 다시 살아나도 한반도의 폭염을 식힐 비와 바람을 몰고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남영 국가태풍센터 분석관은 “종다리가 저기압순환을 만나 방향을 바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태풍으로 다시 발달할 가능성도 있지만 한반도 쪽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