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페미니스트 작가’ 자임, 워마드와는 ‘선긋기’

입력 2018-07-31 11:25
공지영 작가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장편소설 '해리'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공지영 작가는 31일 ‘페미니스트 작가’를 자임하면서도 ‘여성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Womad)와는 선을 그었다.

그는 31일 오전 방송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나는 페미니스트다. 그런데 워마드, 페미니스트를 다 떠나 (누구도) 강아지, 고양이 태아에도 그러면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워마드에 남아로 추정되는 숨진 태아 사진이 올라와 대중의 공분을 산 바 있다. 해당 사진은 구글에서 ‘Abortion(낙태)’을 검색하면 첫 페이지에 나오는 이미지로 밝혀졌다.

공 작가는 “항상 나쁜 것들과 싸울 때는 그것을 그대로 닮아간다”며 “중요한 목적이 있더라도 나 자신의 성숙, 건강함 같은 수단이 없는 것들은 결국 우리를 대상하고 똑같이 만들어버리는 걸 지난 몇 십 년간 제가 동료들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봐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러링’은 사실 굉장히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워마드가 처음 그들이 증오했던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와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공 작가는 “우리 여성 친구들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을 악한 방법으로 풀어서는 절대로 아무것도 해결 안 된다”고 강조했다. “페미니즘이 휴머니즘을 잃어버리는 순간 그것은 또 다른 인종주의, 인종차별이 된다”고도 했다.

그는 “아무튼 잘 현명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믿고 싶다”면서 “태아 훼손 사진은 직접 한 것이 아니고 다른 사이트에서 가져온 거라 해도 그것이 용서되는 건 아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제재가 분명히 있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 작가는 2013년 출간된 ‘높고 푸른 사다리’ 이후 5년 만에 신작 소설 ‘해리’를 발표했다. 올해 등단 30년을 맞는 공 작가의 열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5년간 직접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집필했다. 2009년 작품 ‘도가니’에도 등장했던 도시 무진을 배경으로, 선(善)이라 믿었던 종교 및 장애인 보호시설의 이면에 도사린 악을 고발한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