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복종하는 존재? ‘좋은 아내 진단표’ 등 도넘은 폭력·성적 글 넘쳐

입력 2018-07-31 11:20 수정 2018-07-31 11:21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글과 댓글에서 특정 성에 대한 혐오와 비난, 폭력과 성적대상화한 표현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사진=양평원 제공)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과 댓글에 특정성(性)을 혐오하거나 비난하고, 폭력적이거나 성적대상화 한 표현들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평원)은 2018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의 하나로 서울 YWCA와 함께 실시한 온라인커뮤니티 모니터링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지난달 1일부터 7일까지 일간베스트 등 온라인 커뮤니티 8개를 대상으로 게시글 1600개와 댓글 1만6000개를 분석했다. 성차별적 문구는 90건의 게시글과 71건의 댓글에서 발견됐다. 성차별 유형으로는 혐오와 비난이 135건(83.9%), 폭력과 성적대상화가 26건(16.1%)으로 나타났다.

혐오·비난 유형은 특정성에 대해 부정적 관념을 갖고 적대감을 드러내거나 신체 일부를 멸시한 욕설이 많았다. 외모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부추기는 내용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2018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의 하나로 서울YWCA와 함께 온라인커뮤니티에 대한 모니터링 실시한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좋은 아내 진단표. (사진=양평원 제공)

한 커뮤니티에는 아내를 남편의 성적 도구의 대상이자 복종의 존재로 유형화한 ‘좋은 아내 진단표’가 올라왔다. 해당 진단표에는 “남편을 잘 받들고, 수다쟁이처럼 얘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 “시댁 식구를 잘 받든다” “부부싸움 시 남편에게 왼뺨을 맞으면 바로 오른뺨을 대준다” 등의 폭력적 표현들이 담겼다.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교통사고 당해도 통통 튈거 같이 살쪘던데”라며 외모에 대한 비하와 폭력성을 드러낸 게시글이 등장했다. 다른 글은 ‘남자 외모에서 키의 중요성’에 대한 내용 등으로 외모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추겼다. 미투 운동을 폄하하고 이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드러낸 글이 올라온 온라인 플랫폼도 있었다.

폭력·성적대상화 유형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거나 성적 도구로 연상될 수 있는 표현과 이미지들이 많았다. 한 커뮤니티에는 “길거리에 돼지X들을 보면 요즘은 농담이 아니라 진짜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등의 폭력성을 띤 글이 올라왔다. 여성의 신체부위를 강조한 선정적 사진들이 올라온 커뮤니티도 있었다.

양평원은 이번 모니터링 결과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다. 양평원 관계자는 “온라인상 혐오표현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확대돼 사회문제로 야기되고 있다”며 “혐오와 성차별적 표현이 확대·재생산될수록 혐오문화는 일상화되고 갈등을 유발하는 도구가 된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면서도 성차별적 언어와 혐오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