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내가 7위라니… 고개 숙인 챔피언 KIA

입력 2018-07-31 07:47 수정 2018-07-31 07:48
KIA 타이거즈 제공

2018 시즌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다수의 야구 전문가들은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가 지난해에 이어 강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결과가 눈앞에 펼쳐졌다. 우승 후보라던 KIA는 시즌 초반 중위권을 유지하다 현재 리그 7위까지 추락했다. 2015년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삼성이 이듬해 9위로 추락한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31일 현재 KIA의 올해 KBO 리그 시즌 전적은 44승 53패로 7위다. 8위 롯데 자이언츠(43승2무53패)에 0.5경기 차로 쫓기는 처지다. 지난주 성적은 처참했다. 두 차례 3연전에서 1승 5패를 기록했다. 팀 평균자책점은 6.45(공동 7위), 팀 타율은 0.249(9위),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달 성적은 7승 14패로 리그에서 가장 나쁘다.

이에 KIA가 과거의 우승 징크스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09년 통합우승을 달성한 KIA는 이듬해 리그 5위로 추락했다. 당시에는 와일드카드 제도가 없었다. 5위 팀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자격이 없었다. 디펜딩 챔피언이 가을야구를 하지 못하는 충격적인 사태였던 셈이다.

올 시즌 가장 많이 거론된 KIA의 부진 이유는 바로 선발진의 붕괴다. KIA 선발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5.46으로 리그에서 가장 높다. 퀄리티스타트 횟수는 35회(공동 7위)로 많지 않다. KIA 선발투수 중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린 선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선발진의 위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나란히 20승씩을 합작했던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를 더 이상 ‘원투펀치’라 부르기 어렵다. 양현종은 올해도 9승(8패)을 챙기며 외로운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지만, 헥터(8승)는 최근 허리 통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외국인투수 헥터와 팻딘의 구위가 지난해 같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선발 자원을 대체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골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KIA가 시즌 초 우승후보로 언급된 이유는 지난해의 통합우승 전력을 누수 없이 유지했기 때문이었다. 전력 누수는 없었지만 특별한 전력 보강도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특히 주전과 백업 선수들 간의 실력 차를 줄이지 못한 것은 가장 큰 위험요소였다. 지난 시즌까지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두산 베어스가 ‘화수분’으로 불리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부분이다.

안치홍. KIA 타이거즈 제공

KIA 타선을 살펴보면 안치홍이 타율 0.367로 화끈한 타격 쇼를 펼치고 있지만 나머지 주축 선수들은 지난해보다 주춤한 모습이다. 지난해 타격왕 김선빈은 올 시즌 타율 0.280, 이범호가 0.289, 나지완은 0.235를 기록 중이다. 베테랑의 경우 폭발적이지 않아도 준수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으나 이들을 대체할 젊은 자원은 없다.

마운드도 상황은 비슷하다. 양현종과 헥터를 뒷받침할 투수가 없다. 지난해 4~5선발을 책임졌던 임기영과 한승혁은 5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42세 최고령 투수 임창용이 마무리가 아닌 선발로 보직을 옮기는 상황까지 왔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이 야구계에도 있다. 하지만 전년도 우승팀 KIA의 부진은 생각 이상으로 아픈 구석이 많다. 일단 올해는 5강 합류 여부부터 걱정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가 됐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