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세수 감소’… 저소득층도 대기업도 혜택

입력 2018-07-31 01:20

매년 세법을 개정해 세수를 늘려왔던 정부가 10년 만에 조세 지출을 확대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세 부담을 줄이면서 저소득층에 대한 세제 지원을 대폭 늘렸다. 정부는 앞으로도 ‘세수 호황’이 지속돼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의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확보엔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30일 ‘2018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 12조6018억원의 세수 감소를 예상했다. 연평균 2조5000억원 규모다. 정부는 2008년 세법 개정안에서 법인세 인하 등 ‘부자 감세’로 연간 4조원의 세수 감소효과를 거뒀었다. 10년 만에 세수 감소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다만 올해 세법 개정안은 당시와 성격이 다르다. 2008년에는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이었지만, 올해는 근로·자녀장려금을 통해 저소득층에게 돌려주는 세금을 크게 늘렸다. 특히 올해 세법 개정안은 ‘부자 증세’ 기조를 유지했지만 지난해에 비해 증세 폭은 10분의 1로 줄였다. 지난해 고소득층과 대기업의 세 부담은 6조2683억원이었지만, 올해는 7882억원에 그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 관련, “전체적으로 매년 2조5000억원의 세수 감소효과가 있지만, 고소득층·대기업에 대한 증세와 서민·중산층·중소기업에 대한 감세 기조는 유지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증세 등 고소득층에 대한 세 부담을 높였지만 대기업 세제혜택을 늘렸다.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대기업의 투자 및 고용 창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세법 개정안에 올해 처음으로 ‘혁신성장 지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한 예로 정부는 대기업 면세점 신규특허 발급요건을 완화키로 했다. 현재는 5년의 면세점 특허기간이 만료되면 대기업은 갱신을 할 수 없다. 내년부터는 대기업도 1회에 한해 갱신 신청이 가능하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에 따라 발생하는 세수 감소(연간 2조5000억원)를 세수 호황으로 메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올해 들어 5월까지 국세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6조9000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정부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하향 조정한 데서 보듯 경기침체에 따라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내년까지 세수 호황이 지속되겠지만 2020년부터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조세지출 확대는 ‘복지 확대’ 성격이라 앞으로 줄이기 힘들다. 이에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정부는 향후 5년간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178조원으로 추산하며 이 가운데 66조원을 세법 개정 등을 통한 세입 개혁으로 마련한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올해 세법 개정으로 12조5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면 공약 재원의 5분의 1이 ‘구멍’나게 된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정부가 내년 예산을 크게 확대한다는데, 이런 상황에서 세수가 줄어들면 국가 부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