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표(사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직접 검토한 민사 소송 1심 승소 3개월 뒤 상고법원 설립 법안을 대표 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 의원은 “법안 발의는 이미 1심 승소 이후여서 재판거래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승소 직후 홍 의원이 상고법원을 적극 옹호한 사실에 따라 거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홍 의원은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30일 해명자료를 내고 이같이 밝힌 뒤 “법안 발의 이후 항소심에서는 재판 결과가 불리하게 나와 일부 패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처 검토 문건의 경위와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또 “상고법원 설치 방안은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 168명의 공감대 속에서 진행된 것”이라며 “거래로 진행될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1심 승소 직후 홍 의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숙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 옹호 발언 및 법안 대표 발의를 이어간 것에 주목하고 있다. 홍 의원은 1심 승소 이후 보름이 지난 2014년 10월 8일 언론 인터뷰에서 “여론을 보면 상고법원을 빨리 설치해 일 처리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비율이 높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해 11월 27일에는 “(상고법원이) 4심제 우려가 있다는 것은 지나친 기우”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그로부터 20여일이 지난 12월 19일 상고법원 설립을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을 대표 발의한다. 또한 검찰은 홍 의원이 직접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등에게 소송 쟁점과 재판부의 심증 등을 확인한 정황이 담긴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홍 의원이 일부 패소한 항소심 과정도 석연치 않다고 본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11개월이 걸린 1심에 비해 항소심에는 그 3배가 넘는 2년10개월이 소요됐다. 2심 재판부가 재판을 끌면서 상고법원에 대한 홍 의원의 지지를 계속 확보하려 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이는 당시 대법원이 재외공관 파견 법관을 늘리기 위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상고심을 다룬 방식과 흡사하다.
행정처는 “외교부를 배려해 절차적 만족감을 주자”며 2013년 접수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을 5년 이상 결론내지 않았다. 홍 의원이 일부 패소한 항소심 선고는 지난해 8월로, ‘사법 블랙리스트’ 논란이 불거져 상고법원 추진은 이미 좌초된 때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홍 의원의 이용가치가 사라졌던 때”라고 했다.
문동성 이종선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