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폭염, 전기료 한시적 할인 가능할까…정부 “검토 예정”

입력 2018-07-30 20:53

정부가 계속되는 폭염에 한시적으로라도 요금을 할인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주택 전기료도 누진제 대신 산업용처럼 계절과 시간대별로 차등 적용하는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누진제에 대해 근본적인 차원에서 고민하고 있다”며 “한시적으로 요금을 할인해달라는 요청도 있는데 검토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는지 보겠다”고 말했다.

주택용 전기료 누진제는 심각한 무더위에 시달렸던 2016년 요금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하지만 올들어 20일째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기료 폭탄’에 대한 우려와 주택용 전기료 누진제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박 정책관은 “재난 수준의 폭염으로 전기요금 걱정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누진제를 다각도로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2016년 누진제 개편이 시제 전력수급이나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밀히 파악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당장 누진제를 폐지하는 등 급격한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주택용 전기료에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 정책관은 “수요 관리를 위해 누진제보다 더 전향적인 제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주택용에도 계시별 요금을 도입해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책임지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계시별 요금제는 계절을 겨울, 여름, 봄·가을 3개로 나누고 시간대는 최대부하, 중간부하, 경부하 3개로 나눠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산업용과 일반용에는 이미 계시별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주택용은 가구별 실시간 전력 사용량이 확인되지 않아 도입되지 않았다.

뉴시스

주택용 전기료 계시별 요금제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이 올해 하반기부터 실시된다. 2021년에는 세종시 전역에 계시별 요금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또 실시간 전력사용량과 요금을 파악할 수 있는 스마트계량기를 2020년까지 전국에 보급할 계획이다. 현재는 2400만가구 중 537만 가구에 설치됐다.

산업부는 올여름 최대전력수요를 다시 전망해 내놓기로 했다. 지난 2주간 전력사용 패턴, 최근 기상정보, 냉방수요가 전력사용량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해 8월 전력수요전망을 다시 발표할 계획이다. 폭염이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정부의 빗나간 전력수요전망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었다.

박 정책관은 이에 대해 “다음 달 수요 최고점을 앞둔 단기 수요에 대해 다시 점검하는 것으로 통상적인 수급관리절차”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폭염 상황에 따라 장기수요전망도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