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성폭행이 뭐예요?”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가지푸르에 사는 리누 빈달의 어린 딸이 얼마 전에 한 질문이다. 가지푸르에서 열흘 동안 아동 성폭행이 3건이나 발생하자 빈달이 딸에게 성폭행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려던 차였다. 빈달은 “성(性)에 대한 개념도 없는 어린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정말 난감했다”고 말했다.
아동 성폭행이 만연한 인도에서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와 지역 차원에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 정부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16년에만 인도에서 발생한 아동 성폭행은 3만9000여건이고 그 중 아동 성폭행은 1만9000여건에 달한다. 인도 내 성폭행은 2012년 2만4900건에서 2013년 3만7000여건으로 증가한 후 계속 3만대 건에 머물러있다.
아동 성폭행의 양상도 끔찍하다. 지난 5월 라자스탄 알와르 지역에서는 10대 인도 남성은 홀로 남겨져 있던 7개월 난 영아를 납치해 성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 7월에는 타밀나두주 첸나이의 아파트 경비원, 배관공 등 남성 18명이 청각 장애가 있는 12살 소녀를 7개월 간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촬영했다.
인도 정부와 의회는 아동 성폭행을 줄이기 위한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WP는 “인도 정치인 등 사회 지도자들은 수년 간 인도 내 성폭행의 원인과 해결방법을 찾으려고 했다”며 “가부장적 문화, 가해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 등이 그 원인으로 꼽혔다”고 설명했다. 이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4월 16세 이하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했을 경우 최저 처벌 연한을 징역 10년에서 20년으로 늘렸다. 앞서 마디아프라데시주에서는 지난해 12월 아동 성폭행범에 대한 사형제가 도입됐다.
아동 성폭행이 빈발하는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가지푸르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마련해 ‘좋은 스킨십’과 ‘나쁜 스킨십’이 어떻게 다른지 가르친다. 또 가족이나 선생 등이 그들을 부적절하게 만질 경우 어른에게 꼭 말하라고 하며 기본적인 성범죄 예방 수칙을 주지시킨다. 가지푸르의 주민들은 학교에서 남학생과 여학생을 분리하라고 하는 등 정부에 실질적인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가정 내에서도 딸들에게 성폭행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웬만하면 밖에 나가서 놀지 말라고 주의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도의 이 같은 노력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바티 알리 하크아동권리센터 공동대표는 “우리는 성폭력에 대해 논의할 때 소녀들 뿐 아니라 소년들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들에게만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시키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동 성폭행범을 사형에 처하는 제도에 대해서도 “한 종류의 폭력을 다루기 위해 다른 종류의 폭력을 또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