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유의 스코틀랜드 골프 리조트를 짓는 과정에서 68㏊(헥타르)에 달하는 천연 모래언덕인 사구가 훼손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연유산 감시기구 ‘스코틀랜드 자연유산’이 미국 정보공개법에 의해 확보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국제골프링크가 건설되면서 4000여년에 걸쳐 형성된 포브란 사구(Foveran Links) 205㏊ 중 68㏊에 “직접적인 손실”이 가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여의도 면적(290㏊)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다. 재단 관계자는 “토목공사와 배수 및 관개 작업을 하면서 사구의 중요한 지리학적 특성이 유실되거나 산산조각 났다”고 밝혔다.
특수자연보호구역(SSSI) 중 하나인 포브란 사구는 ‘움직이는 사구’로 불리며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밥 워드 ‘그랜섬 기후변화와 환경 연구소’ 정책국장은 “이번 공사로 사구가 SSSI의 지위를 유지하기 힘들어졌다”며 공사 과정에서 스코틀랜드 정부의 감시가 철저하게 이뤄졌는지 조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라 멀론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부사장은 성명을 내고 “회사가 소유한 사구 중 SSSI에 해당하는 면적은 5% 채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총 450개 객실로 구성된 5성급 호텔과 18홀 골프 코스 2개를 지닌 리조트를 조성해 일자리 6000여개를 창출하겠다며 스코틀랜드 당국으로부터 투자 허가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건설 과정에서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18홀 코스는 1개만 개장됐고 사구는 훼손되는 등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