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구조 활동 중 취객에게 폭언과 주먹질을 당한 뒤 한 달 만에 뇌출혈 증세로 숨진 전북 익산소방서 강연희 소방경에 대해 ‘취객에게 맞아 숨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가 나왔다.
30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국과수가 밝힌 강 소방경의 사인은 뇌동맥류 파열과 이후 발생한 합병증(심장 등의 다장기부전)이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질환을 말한다. 국과수는 “폭행 및 욕설 등의 자극이 강 소방경이 앓고 있던 질환을 악화시키거나 이차적 변화를 초래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강 소방경을 때린 취객 윤모(48)씨에게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하려던 경찰 수사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취객 폭행과 사망 사이에 개연성을 찾기 위해 다각도로 수사를 벌일 것”이라며 “현재로는 강 소방경이 폭행 때문에 숨졌을 가능성을 크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강 소방경의 병원 진료기록 등을 토대로 대한의사협회 등에 자문을 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강 소방경은 지난 4월 2일 오후 1시20분쯤 전북 익산시 한 종합병원 응급실 입구 앞에서 취객 윤씨가 휘두른 손에 맞았고, 윤씨의 폭언과 폭행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구토, 경련 등의 뇌출혈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한 달 만에 숨졌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