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현지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한 교차로. 시민들 사이로 7명의 발레리나들이 보인다. 신호등 불이 바뀌며 음악이 시작되자 발레리나들이 도로 위로 뛰어 든다. 깜짝 놀란 운전자들 앞에서 한바탕 춤판이 벌이진다.
다시 신호가 바뀌는 58초 동안의 공연으로 교통 체증 속 경적을 울리며 짜증을 내던 운전자들이 한결 즐거워진다.
레메디오스 로사스는 서둘러 집으로 달려가 손주들을 데리고 온다. 혼자만 이 멋진 공연을 즐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거리에서 이런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라고 말했다.
발레리나들은 이날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 7곡을 선곡했다. 거리 발레 공연의 아이디어는 사진작가 오스마 로드리게즈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의 사진은 주로 ‘거리의 발레’를 소재로 삼아 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발레컴퍼니 아르덴시아 소속의 발레리나들은 2주 전부터 거리 공연을 시작해 왔다. 공연은 시민들 뿐만아니라 사진작가나 영상제작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드론까지 동원해 촬영이 이뤄지기도 했다. 공연에 참여한 발레리나 마누엘라 오스피나 카스트로는 “이렇게까지 큰 반향이 일지 생각지 못했다”면서 “사람들은 공연을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필요로 했다. 그들은 거리 공연을 통해 예술에 한걸음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후안 파블로는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공연 전체를 지켜봤다. 어른도 어른이지만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로사스의 손주 다이엘라는 “언제가 꼭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AP뉴시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