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모욕” 실형 선고 41년 만에 ‘무죄’ 받았지만…

입력 2018-07-29 22:27

유신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트렸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가 41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미 1989년 사망한 상태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성호 부장판사)는 1977년 ‘긴급조치 제9호’(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을 선고받은 1931년생 고(故) 김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김씨는 1977년 8월 27일 버스 안에서 승객들이 듣는 가운데 “박정희는 나쁘다” “박정희와 대결하여 죽이겠다” “박정희는 홀로 3년간 살면서 연애를 많이 했다” 등의 내용을 수차례 말한 혐의로 당시 서울지방법원 성북지원에 기소됐다.

당시 법원은 김씨가 유죄라고 판단하고 징역 2년 및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원도 김씨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하지만 2013년 헌법재판소는 유신정권의 긴급조치 제9호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영장주의 등 현행 헌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2017년 김씨의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형벌에 관한 법령이 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잃은 경우 해당 법령에 의한 피고사건에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정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김씨에 무죄를 선고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5년 5월 만들어져 1979년 12월 해제된 긴급조치 9호는 ‘유언비어의 날조·유포 및 사실의 왜곡·전파행위 금지’ ‘유신헌법을 부정·반대하거나 폐지를 주장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위반자를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으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당초부터 위헌으로 효력이 없는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해 공소가 제기된 것이므로 무죄 사유에 해당한다”며 “이미 고인이 된 피고인에게 만시지탄이지만 뒤늦게나마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박세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