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대표 본선 진출자 3인 중 한 명인 이해찬 의원이 연일 공식 석상에서 ‘20년 장기집권론’을 설파하면서다.
이 의원은 29일 “국민의정부, 참여정부 10년으론 정책이 뿌리를 못 내리고 불과 2, 3년 만에 뽑히는 것을 경험했다”며 “20년 정도 집권하는 계획을 잘 만들고 실천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에서도 개혁정책이 뿌리내리기 위해 영국 노동당이나 독일 사민당이 4년간 네 텀(term·기간) 정도로 16년간 (집권)했다”며 “개혁정책이 뿌리내리려면 20년 정도는 집권하는 계획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7일 당대표 후보 예비경선에서도 이 의원은 “우리나라는 노조도 약하고 시민사회가 발전돼 있지 않고 언론은 극히 편향적”이라며 “우리처럼 냉전 체제에서 편향되고 보수화된 나라는 방향을 잡고 (집권) 20년은 가야 기틀을 잡을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의 ‘20년 장기집권론’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의원은 지난해 대선 때 충남 공주 유세에서 “이번에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다음에 기라성 같은 사람들이 많다”며 “안희정, 이재명, 박원순 이런 사람들이 이어서 쭉 ‘장기집권’해야 한다”며 처음으로 ‘20년 장기집권론’을 띄운 바 있다.
이와 함께 ‘보수 궤멸론’도 펼쳤다. 당시 이 의원은 “극우 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며 “다시는 저런 사람들이 이 나라를 농단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궤멸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올해 초 당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에서도 “(민주당이) 적어도 네 번 다섯 번은 계속 집권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당 싱크탱크를 이끄는 김민석 민주연구원장도 힘을 보탰던 것은 마찬가지다. 추 대표는 지난해 8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최소 20년 이상의 연속 집권을 목표로 하는 100만 권리당원이 함께 하는 정당을 만들어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김 민주연구원장도 “촛불 이후 한국의 정치구도가 장기적으로는 1.5당 체제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민주당이 설파하는 장기집권론이 ‘오만’이라며 강하게 비판한다. 지난해 1월 장기집권론이 화두였을 때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이 단체로 권력에 취한 것 같다”며 “국가의 100년 시대를 고민해도 모자랄 판에 10~20년 더 권력을 누리겠다는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생각만 하고 있는 집권당의 수준이 참 한심하고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날 이해찬 의원의 발언을 ‘망발’로 규정하며 “문재인 정부 출범한지 겨우 1년 지난 상황에서 20년 장기집권 운운하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모욕이요 오만 방자한 태도라고 아니할 수 없다”며 “집권당의 당대표후보가 이런 상황에서 한가하게 20년 장기집권 계획과 실천을 운운 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인가”라고 반문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