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전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고(故)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89)씨가 28일 오전 5시48분쯤 노환으로 별세했다.
지난해 척추 수술을 받고 부산 수영구 남천동 한 요양병원에 있던 박씨는 최근 기력이 급격히 떨어져 3~4일 전부터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등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부산 범천동 시민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하고 구체적인 장례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박종철 열사는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7년 1월 13일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관련 주요 수배자를 파악하려던 경찰에 강제 연행돼 고문을 받다가 다음 날 사망했으며, 이 사건은 6·10 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은 이후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경찰 발표가 나와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으며, 최근 영화 ‘1987’ 속에서 젊은 청년이 경찰의 고문해 의해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건의 명대사로 다시 부각됐다.
이날 박씨의 빈소에는 민갑룡 경찰청장 등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경찰청 차장이던 지난 1월 박 열사 고문치사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을 지휘부와 함께 관람한 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민 청장은 ‘속죄하는 마음으로 민주·인권·민생경찰로 거듭나겠다’고 조의를 표했다.
한편 정부는 박 열사가 숨진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조성하고 시민사회에 운영을 맡기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