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음주 역주행’ 가해자 글 “떠도는 이야기 바로잡겠다”… 돌연 삭제

입력 2018-07-28 14:19
출처: 보배드림


2016년 5월 만취한 상태로 도로를 역주행하다 사고를 내 마주오던 피해자 60대 노부부에게 중상을 입혔던 20대 여성 가해자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과문을 게재했다가 돌연 삭제했다. 경기도 양평군의 한 국도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가해자가 몰던 외제차명을 따 일명 ‘아우디녀 역주행 사건’으로 불리며 네티즌들의 지탄을 받았다.

지난해 피해를 입은 부부 중 남편이 사고 후유증으로 사망하고, 가해자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일을 선고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다시 공분을 일으켰다. 최근 온라인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사건이다.

가해자 A씨는 2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양평 역주행 사고 가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글을 올리신 피해자 가족분께 먼저 연락을 드리는 것이 우선이지만 연락이 닿을 방법이 없어 고민 끝에 글을 올린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 글을 피해자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회피하거나 저의 잘못을 정당화하기 위한 게 아니라 항간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썼다.


A씨는 우선 사고 이후 자신의 부모가 피해자 측에 “한 번 실수로 구속시켜야겠느냐”고 말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 잘못을 용서해달라’는 말이 곡해돼 와전된 저희 부모님 말은 바로잡고 싶다”면서 “무슨 연유로 저희 가족이 함부로 피해자 분들을 대하겠느냐”고 했다. 이어 “용서를 빌었던 말들이 고압적인 태도인 것처럼, 범죄자를 옹호하는 파렴치한 부모 발언으로 변해버린 게 안타깝다”고 적었다.

사고 당시 A씨는 혈중알콜농도 0.098%로 만취 상태였다. 늑골 골절과 장파열 등으로 대수술을 받았던 피해 남성은 평생 배변주머니를 차야 하는 신세가 됐고, 지난해 2월 사고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A씨가 집행유예와 사회봉사명령 등의 가벼운 처벌만 받게 되자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역주행 사고로 파손된 피해차량. 출처: 보배드림

최근 온라인에선 A씨가 지방에서 고깃집을 운영한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A씨는 “며칠 전부터 사업장과 홈페이지 및 SNS에서 저희 가족과 영업장에 대한 모욕적 언사로 실질적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저희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으로 전혀 대응하지 않았지만 ‘(가해자 측이) 고소·고발 운운하며 강력히 조처하겠다고 했다’는 허위사실을 공연히 적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인터넷에 글을 쓰지 않는 것은 당당해서 그런 게 아니다”면서 “누구에게도 어떻게도 합리화할 수 없는 사건이라는 것을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고 썼다. A씨는 “잊고 싶지만 잊혀지지 않고, 잊을 수도 없는 추악한 행동이었다는 걸 지난 2년간 생각했다”며 “저를 위한 비난은 며칠이고 몇 달이고 몇 년이고 쓰게 받겠지만 잘못에 책임을 묻는 건 잘못한 사람에게 해달라. 무고한 사람들이 2차, 3차 피해를 받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A씨 글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사과문이라고 썼지만 진정성이 전혀 없다” “누가 대필해준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 A씨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