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대신한 ‘민주화의 삶’… 故 박종철 열사 부친 박정기씨 별세

입력 2018-07-28 10:42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가 28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박종철기념사업회는 박씨가 이날 오전 5시48분쯤 부산 수영구 남천동의 한 요양원에 입원해있다 사망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척추 뼈를 다친 이후 2번의 시술을 받고 지난해 2월부터 입원치료를 받아 왔다.

박종철 열사는 1987년 1월 14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 있는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강제 연행돼 고문을 받다가 사망했다. 치안본부는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물고문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해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이 내용은 영화 ‘1987’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철아, 아부지(아버지)는 아무 할 말이 없데이”라고 했던 박씨는 아들을 가슴에 묻은 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활동 등 30여년간 박종철 열사를 대신해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다.

법무부 산하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2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인권침해 및 검찰권 남용 의혹이 있는 사건으로 분류해 1차 사전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3월 박씨가 입원해있던 요양원을 방문해 “너무 늦게 찾아 뵙고 사과말씀을 드리게 돼 죄송하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31년 만에 공식 사과했다.

박씨의 장례는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장례식장에서 4일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